'우블스'로 빵 뜬 '영주 아방' 최영준 "쓸쓸하고 '깨진' 인물에 애착 있어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6.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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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방호식 역을 연기한 배우 최영준. 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 작품성을 널리 이해받게 된 것은 적재적소에 투입된 배우들의 연기 덕이 컸다. 특히 극중에서 ‘영주 아방’으로 불리며 착하고 말 잘 듣던 고등학생 딸의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무너져 내리는 방호식 역을 한 배우 최영준의 호연은 큰 원동력이었다. 우리는 지금껏 그를 그룹 세븐데이즈 출신, 가수 출신 연기자로 알았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봉광현 선생 정도로 기억했지만 그의 가능성은 훨씬 컸다.

최영준에게도 ‘장인’이라고 불리던 노희경 작가와의 작업은 영광스럽고 새로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그를 대하는 노작가의 태도가 궁금증을 자극했다. 최영준은 대본연습을 하면서 “틀렸어”라는 지적을 거의 처음 받았고, 첫 미팅을 한 후 노작가로부터 “자기가 왜 그 정도 역할 밖에 못하는지 알겠다”는 말을 들었다.

“궁금했죠. 저 말이 뭘까. 내가 저 분의 말을 잘 따라간다면 큰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말씀하신 그대로 하려고 애썼고, 촬영장에서도 따뜻한 분은 아니셨지만 ‘잘 하고 있어?’라고 물어봐주시는 부분이 있었어요.”

노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몇 있었다. 우선은 캐릭터와 톤을 스스로 찾길 바랐다. 이 부분이 한두 달 걸렸다. 계속 대본 연습을 하면서 감정을 넣기 보다는 글 자체의 느낌을 찾길 바랐다. 그리고 대본에 주어진 감정에 추가적으로 뭔가를 얹길 원하지 않았다. 마치 반 무당같은, 노희경 작가의 통찰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방호식 역을 연기한 배우 최영준. 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기억나는 건 딸 영주(노윤서)와의 감정이었어요. 부정을 알고 싶어 영화 ‘테이큰’부터 안 본 게 없어요. 작가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아요. 호식이의 설정에 ‘딸 바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딸 바보 그거 지워’라고 하시면서 ‘그냥 여자로 대해’라고 하셨죠. 그렇게 접근했어요. 진짜 사랑하는 애인이 떠난다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저도 운동장에서의 장면을 좋아하는데 찍을 때는 연인에게 하듯 연기했어요.”

최영준은 극중 인권(박지환)과 다툰 후 인권이 무릎을 꿇으며 사과할 때의 장면과 집에서 딸 영주와 다투고 나서 고개가 자꾸 떨어지는 선풍기에 역정을 냈던 장면도 기억해냈다. 동갑인 박지환과의 만남은 이번 작품이 그에게 준 선물과 같았다. 원래 예정에 없었던 애드리브였던 지환의 연기가 받아들여진 부분이 인상이 컸고, 선풍기 장면은 애초 처음부터 피아노줄을 연결해놓고 선풍기에게도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한 장치가 좋았다. 그만큼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과의 작업은 큰 울림을 남겼다.

2002년 이정, 서재호, 하동균 등과 함께 세븐데이즈로 데뷔했던 최영준은 팀이 돌연 해체의 비운을 맞은 후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본 뮤지컬 오디션에 붙어 배우로서의 길에 들어섰다. ‘루나틱’ ‘형제는 용감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인터뷰’ 등 다양한 작품으로 2010년대를 보냈다. 2019년 tvN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이른바 ‘매체연기’라는 드라마 연기를 시작했다. 여느 많은 배우들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출연은 그에게도 큰 전기였다. 이후 ‘빈센조’ ‘마인’ 등 tvN의 작품에서 구력을 쌓았다.

“지금 주시는 대본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고르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왜 오수재인가’까지는 정말 순서대로 했어요. 물론 제가 미팅에 나가서 인물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있지만 특정 인물에 대해 주문을 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하나하나가 소중했거든요. 그저 운이 좋은 때인 것 같아요. 그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방호식 역을 연기한 배우 최영준. 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예전 대본연습을 하면 연출자의 얼굴이 멀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습하면 할수록 연출자와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낀다. 심지어 내년 5월에 공개되는 작품에서는 난생 첫 주연연기도 하게됐다. 지금 현재 한 작품을 촬영 중이며 10월 두 작품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물이 들어오는 순간이다. 내친김에 묻어뒀던 가수의 꿈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정확히 기억해요. 스물여섯 가을에 제 방에서 혼자 은퇴식을 했어요. 그래도 노래를 6, 7년을 했으니까 악기 등을 사려고 얼마나 돈을 넣었겠어요. 악기들을 팔고 포장하고 소주 마시면서 은퇴를 했어요. 음악에는 미련이 없어요. 하지만 OST 제의가 온다면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항상 어딘가 여백이나 여운이 보이는 그의 연기. 그는 특히 쓸쓸하고 어딘가 ‘깨져나간’ 인물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좋아하는 배우가 양조위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특유의 쓸쓸함이 깔려있다. 큰 소리를 치는데도 우습고, 돈이 많아도 어딘가 얇고 왜소하며 우스꽝스럽지는 않은 느낌이다. 이렇게 줄인 ‘영주 아방’, 그의 롤모델은 바로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참 안 된 남자였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어요. 그 남자를 40년 보다보니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 사람을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은 해볼 수 있었어요. 드라마, 연극도 했으니 이젠 영화도 해보고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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