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힘 의원 모임에서 "오로지 대통령만 바라보는 정당" 비판

조현호 기자 2022. 6.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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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혁신포럼 강연, 50명 국힘 의원 참석 "기득권 정당, 부자가 좋아하는 정당" 쓴소리
윤핵관 장제원 주최 강연서 비판 "국민의힘, 약자와 동행한다? 슬그머니 사라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 50여 명을 앞에 두고 “약자와 동행한다더니 (이 마저) 슬그머니 없어졌다”며 여전히 기득권 정당, 부자만 좋아하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라고 질타했다.

김 전 위원장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대표 장제원) 주최 강연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에서 이같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나섰다.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이 모임(미래혁신포럼)에는 국민의힘 현직 의원 50여 명이 참석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대표로 있는 '실세 연구 모임'의 활동 재개여서 그렇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도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의 정당이 민주화 이전이나 이후나 별 차이가 없는 이유를 두고 “선거 결과에 아무 의미나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우리 정당의 현실이라서”라고 밝혔다. 불과 2년 전 2020년 국민의힘이 미래통합당 시절 21대 총선 수도권에서 참패했을 때를 들어 김 전 위원장은 “이 정당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며 과거 수도 서울에서 참패한 집권당(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은 몇 년 안 가서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이를 이어받은 게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은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들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니 크게 정치적 발전을 할 수 없다”며 “선거에서 국민의 의사를 확인했으면 의사에 따라 정치인 정당은 반드시 반응을 보여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지나가 버릴 것 같으면 그 정당은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을 연상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항상 기득권 정당이고, 역시 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당이니, 이렇게 해서는 변하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 속에서 표를 극대화를 절대로 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내세운 것이 뭐냐면 국민의힘은 '약자와 동행을 하겠다는 것을 앞세우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그런데 최근에 보면, 그 약자와 동행이라는 것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며 “그러니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역시나 저 정당은 기득권 정당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해도 정당의 기본적 방향이 항상 '당신네들을 항상 보호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 않겠느냐”며 “정당의 혁신은 '변화하는 국민의 정서에 어떻게 정당이 적응해서 가느냐' 여기에 포커스 맞추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노력을 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전에 실시했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와 0.73%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은 점을 들어 김종인 전 위원장은 “무엇을 잘못해 그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분석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2년 후 총선의 전망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핵심으로 좋은 정책의 생산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이듯이 정당은 국민에 제대로 파고들 정책을 양산해 소비자 즉 유권자를 자기 편으로 이끄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질서”라며 “이를 망각하면 아무리 정당이 혁신을 외쳐봐야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지난 2010년 이후의 국민의힘(한나라당)의 정책 실패 사례를 복기하기도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이슈가 무상 급식이었는데, 한나라당은 반대한 이유를 놓고 김 전 위원장은 “그때 한나라당에서 나온 얘기가 '우리가 이건희 회장 손자에도 무상 급식 해야 하느냐'고까지 했다”며 “무슨 저런 정당이 있나 생각했다. 당시 한나라당 중진들과 식사하면서 '당신들 그런 사고로 국민을 보면 선거에서 못이긴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직후 마치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스스로 조장해 안보에 관심이 높아지니 선거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착각했으나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후 겨우 당선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 급식을 반대하겠다고 주민 투표까지 실시한 결과 개표도 못하고 물렀다.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자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2012년 총선에서 과반의 의석을 확보한 뒤에도 새누리당에서는 보수 논쟁이 벌어졌다는 점을 들어 김 전 위원장은 “보수도 변화하는 국민에 따라 순응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며 “정당은 국민의 변화에 순응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제 혁신과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일본이 1980년대까지 전세계를 지배할 것 같은 기세였으나 1990년 한번 겪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그는 “일본 정치가 제대로 변하지 못하고 대기업과 연관이 되어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고, 정부 정당 기업 경직된 생각 사로잡혀 변화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정재 복합체가 돼 더 이상 기득권을 파괴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 나라 국회와 정당은 그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당이 와해의 위기에 처했을 때 비대위원장 맡아 당이 재건하는데 역할을 했다”며 “당의 기틀을 바로잡고 호남과의 동행, 약자와의 동행을 통해 약자를 보듬는 정당의 위상을 정립했고, 대선 과정에서도 어려울 때마다 가야 할 방향과 키를 제시해줬다”고 평가했다.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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