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집앞까지 둥둥 떠내려 온 분뇨"..경북 상주 농촌마을서 30년 묵은 갈등, 왜?
경북 상주 ‘작골마을’(척통·태봉·덕통리). 319가구, 549명이 사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는 비만 오면 악취가 진동한다. 마을 한가운데, 그것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슴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가 빗물에 씻겨 내려오기 때문이다.
김성호 척통1리 이장(60)은 “비만 오면 오물이 집으로 다 떠내려왔다. 30년간 이 문제로 주민 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매년 9~10월에는 발정기를 맞은 사슴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잠도 못잘 정도였다”고 말했다.
1990년 생긴 이 사슴농장(9416㎡·약 2853평)은 마을동산 겸 과수원으로 사용됐다. 이후 땅 주인이 사슴 서너 마리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고, 1995년 축사로 지목을 변경했다. 한때 사육 두수가 100여마리에 달했다.
당시에는 주거밀집지역 인근에 축사설치를 제한하는 ‘가축사육 제한구역’ 조례가 없었다. 319가구가 거주하는 주거지역 최중심부 가장 높은 지대에 축사시설이 만들어진 이유다.
황인진 상주시 농촌개발과 주무관은 “지난 4월 개최한 주민공청회에서 많은 주민이 30여년간 겪어온 피해를 간곡히 호소했다”며 “민원 발생 요인 해소를 위해 축사시설 정비가 시급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30년간 작골마을에 이어지던 갈등은 해소될 전망이다. 경북도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2년 농촌 공간 정비사업’ 1차 공모에 상주지역 3개 마을(작골마을·중동면 간상리·고령 대가야읍 장기리)이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농촌지역의 축사·공장·빈집·장기방치 건물 등을 정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상주시는 국비 275억원 등 5년간 550억원을 들여 마을 3곳에서 사업을 추진한다.
사슴농장 소유주는 마을주민과 협의를 통해 축사 폐업을 결정했다. 상주시는 이르면 내년 말 실시설계가 끝나는대로 토지보상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30년간 주민 갈등의 원인이 된 사슴농장이 있던 자리는 지역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와 어울누림 광장이 조성된다. 또 귀촌을 저울질하는 도시민들이 농촌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체험둥지’도 생긴다.
또한 상주시는 중동면 간상리에 철거되는 우사 9개를 모아 중소 규모의 축산 기반시설을 만든다. 소규모 축사가 주거지역 내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어 주민들이 축사 악취 등의 피해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부지에는 마을 주차장 및 소규모 체육시설이 설치된다. 축사 이전과 함께 인근 지역 빈집 정비, 장기 방치된 폐교 리모델링, 귀농·귀촌 희망인 농촌생활 체험공간, 주민 어울림 공간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고령 대가야읍 장기리에는 지방 하천인 회천변의 양돈장 12개를 철거해 우곡면 대곡리의 양돈단지 근처로 옮긴다. 상주시는 해당 지역을 대규모 양돈단지로 조성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회천변 철거지에는 다목적 실내체육관, 다목적 열린마당, 유소년 창의마당 등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선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이번 공모 선정으로 농촌지역에 흩어져 있는 축사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건물 등을 정비해 정주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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