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호' 빗장수비, 세계 수준에도 통했다! '올림픽 金' 캐나다와 0-0 무승부

한국여자축구의 빗장수비가 올림픽 챔피언의 공세를 막아내며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이 이끄는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BMO필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캐나다와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대표팀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2020도쿄올림픽 여자축구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캐나다는 2023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 훌륭한 평가전 상대였다. 그간 한국여자축구는 국제무대에 나설 때마다 신체능력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올해 초 열린 중국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결승전(2-3 패) 때도 같은 문제를 노출했다. 강력한 피지컬과 제공권 장악력을 갖춘 캐나다를 상대로 현재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벨 감독은 평소에 활용하지 않던 스리백 전술로 캐나다를 상대했다. 이날 센추리클럽(A매치 출전 100회 이상)에 가입한 김혜리(인천 현대제철)는 본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이 아닌 중앙수비수로 나서 임선주(현대제철), 심서연(서울시청)과 호흡을 맞췄다. 익숙하지 않은 전술임에도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뽐냈고, 수문장 윤영글(무소속)의 선방까지 더해져 14개의 슛을 퍼부은 캐나다의 공격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수비에 치중했지만, ‘벨호’의 역습도 매서웠다. 첼시 위민(잉글랜드) 생활을 마친 뒤 WK리그 수원FC 위민으로 이적한 에이스 지소연의 활약이 빛났다.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한 달 이상 실전을 소화하지 못해 감각이 떨어졌음에도 전반 2분, 후반 7분 단독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슛으로 캐나다 골문을 위협했다.

캐나다는 한국의 저력을 인정했다. 베벌리 프리스트먼 캐나다 감독은 “한국은 잘 조직된 팀이다. 아시아에서 2위를 한 이유가 있다. 무승부라는 결과는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한국은 완벽한 연습 상대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수비진에 고전한 공격수 재닌 베키 역시 “한국이 조직력이 좋은 팀이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를 마친 뒤 벨 감독은 “굉장히 조직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무승부란 결과를 가져올 자격이 있었다”며 “조직력을 갖추고 경기를 하다보니 캐나다에 거의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7월 동아시안컵에선 전술적 유연함을 기르고,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 내년에 열릴 월드컵의 준비과정이다. 팀을 잘 다듬어 경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