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미소 천사' 전인지, 메이저 우승으로 돌아오다!
[골프한국] '플라잉 덤보' '미소 천사' '메이저 퀸'.
전인지(28)에게 붙어 다니는 애칭이자 별명이다. 그만큼 그를 따르는 팬덤(fandom) 층이 두텁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3년 KLPGA투어를 통해 데뷔하자마자 여신을 방불케 하는 미모와 이에 어울리는 우아한 미소로 '미소 천사'라는 애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녔다.
동시에 '플라잉 덤보'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다. 서커스에 처음 출연한 아기코끼리가 큰 귀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한 뒤 따돌림을 받다 생쥐 친구를 만나 용기를 얻어 커다란 귀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다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내용과 전인지의 골프 여정이 너무 비슷한 데서 나온 것이다.
데뷔 해에 메이저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2015년 초청선수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 출전, 살롱파스컵 등 2개의 메이저, US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KLPGA투어 메이저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거머쥐면서 3개월 만에 한미일 3개국의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하는 진기록과 함께 '메이저 퀸'이란 별명을 보탰다.
특이한 것은 혐한감(嫌韓感)이 심한 일본 골프 팬들이 전인지의 매력에 완전 무장 해제되었다는 사실이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며 친근감을 주는 이보미(26)의 매력에 빠졌던 일본 골프 팬들은 J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대회에 처녀 출전한 전인지의 차원 높은 플레이와 품격 있는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인지의 매력에 푹 빠진 일본의 골프팬들은 물론 언론들까지 자존심이나 혐한감(嫌韓感) 따위는 다 내려놓고 전인지 그 자체가 발산하는 눈부신 매력 앞에 넋을 잃었다.
일본 선수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탁월한 미모, 그 미모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우아한 스윙은 라운드 첫날부터 구름 갤러리를 불러 모았다.
일본의 자존심 우에다 모모코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하자 일본 골프계는 발칵 뒤집혔고 일본 골프 팬들은 더 흥분했다.
자국 투어에서 뛰지 않는 외국 선수가 갑자기 나타나 우승컵을 챙기면 심기가 불편하기 마련인데 전인지의 경우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골퍼가 이제야 나타나다니!'하는 기류가 감지될 정도였다.
외모만이라면 일본 골프 팬들의 마음 끌림 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돌릴 수 있으나 외모만큼 출중한 전인지의 스윙과 플레이는 고만고만한 자국 선수들에 익숙해 있던 일본 골프 팬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훔쳤다.
그것도 첫 출전에, 20세 273일의 나이로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기록까지 갈아치웠으니 일본 골프계가 뒤집힐 만도 했다. 일본 투어에 처음 참가하는 선수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것 또한 사상 최초였다.
3라운드가 끝나기가 무섭게 JLPGA 홈페이지는 '아기코끼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본을 점령할 것이 틀림없다'는 성급한 제목의 기사를 올리며 전인지가 덤보라는 별명을 얻은 사연까지 소개했다.
갤러리 중에 '플라잉 덤보'라는 캐릭터가 새겨진 셔츠와 모자를 쓴 팬까지 나타났다.
이듬해인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 퀸'은 그를 위한 수식어가 된 듯했다.
2015년 LPGA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2016년 LPGA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는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등 19개 대회에 참가해 18번 컷 통과에 성공하며 신인상과 베어트로피(18홀 평균 최저타 선수에게 주는 상)을 받으며 'Smile Queen'으로 많은 팬을 거느렸다.
특히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자신이 거주하는 펜실베니아주 랭카스터시에 '전인지 랭카스터CC 에듀케이션재단'을 설립, 매년 지역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을 기탁해오고 있어 미국 골프팬들로부터도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국내 유일의 LPGA투어인 KEB하나은행 챔피업십에서 우승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때 3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도 부진을 거듭하면서 100위권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랬던 전인지가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크레셔널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메이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44개월 만에 품은 우승컵이다.
우승하는 과정이 그의 골프 여정을 압축해놓은 것처럼 극적이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그의 품에 안긴 컵이 메이저컵인 것을 보면 역시 전인지는 '메이저 퀸'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KLPGA, JLPGA, LPGA투어에서 팡파레를 울리며 잘 나가던 그가 끝없는 부진의 터널을 헤매다 44개월 만에 광명을 되찾은 과정과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5타 차 선두, 둘째 날 6타 차 선두, 셋째 날 3타 차 선두를 지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예견되었으나 4라운드에서 벼랑에 내몰린 그의 모습이 너무 흡사했다.
3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4라운드가 불안했다. 미국의 대표주자 렉시 톰슨, 호주의 이민지, 한나 그린, 김세영이 추격조를 형성하고 있었고 루키 최혜진과 태국의 아타야 티티쿨이 뒤따랐다.
전인지가 전반에 4개의 보기를 하는 사이 톰슨이 버디 2개를 보태 2타 차이로 벌어졌으나 톰슨이 16, 17홀에서 난조에 빠져 보기를 범하며 다시 1타 차 선두에 나섰다. 18번 홀에서 톰슨은 버디 기회를 놓쳤고 전인지는 파 세이브에 성공, 합계 5언더파로 우승했다, 톰슨은 이민지(4언더파 284타)와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천국과 지옥을 함께 경험한 두 선수는 마지막 홀을 떠나며 긴 포옹을 했다. 역전패의 상처를 너무도 잘 아는 두 선수의 포옹은 '골프 무상(無常)'을 떠올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민준의 골프세상] 미스샷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골프를 결정한다 - 골프한국
- [방민준의 골프세상] 나만의 '골프 개성'도 중요하다 - 골프한국
- [방민준의 골프세상] 파 퍼트가 지배하는 골프심리 - 골프한국
- '역대급' KLPGA 투어, 올해 총상금 305억원…33개 대회 일정 발표
- 박인비, 긴 공백에도 세계랭킹 4위로 상승…박민지는 17위로 도약
- '세계랭킹 1위 향한' 고진영, 새해 첫 주 넬리코다와 0.07점차
- 임성재·김시우·이경훈, PGA 새해 첫 대회 '왕중왕전' 출격
- 람·모리카와·디섐보·켑카·미켈슨 등 하와이에서 화려한 샷 대결 [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