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저주받은 몫

성도현 2022. 6. 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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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옮김.

프랑스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대표 저술로, '에로티즘의 역사'와 '주권'으로 이어지는 '저주받은 몫' 삼부작의 첫 책이다.

책은 아무 이득 없는 소진, 완전한 파괴의 몫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둡고 불쾌하게 느끼기에 언제나 회피와 제거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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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수치심·에덴 컬처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 저주받은 몫 = 조르주 바타유 지음. 최정우 옮김.

프랑스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대표 저술로, '에로티즘의 역사'와 '주권'으로 이어지는 '저주받은 몫' 삼부작의 첫 책이다. 유용성에 대비되는 무용함, 생산/축적에 대비되는 소진/소모의 가치를 '일반경제' 관점에서 살핀다.

저자는 생명체와 인간에게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필요'가 아니라 그 반대인 '사치/과잉'이라고 말한다. 또 인간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축적하는데, 에너지 잉여분은 무용하게 상실되고 소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아무 이득 없는 소진, 완전한 파괴의 몫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둡고 불쾌하게 느끼기에 언제나 회피와 제거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금기/위반의 의미를 언급하면서 위반은 금기의 파괴가 아니라 완성이듯, 소진/소모는 생산/축적을 전제로 한 초월이자 위반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저자는 파괴와 상실로도 이어지는 무용한 소진/소모를 유용한 생산 활동과 함께 인간성과 인간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두 축으로 본다. 순수한 탕진과 남김 없는 파괴의 몫인 소진/소모 없이 생산/축적이란 정상성도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저주받은 몫'도 단지 저주이지 않고 비정상과 비일상도 '일반적인 것'으로 수렴된다고 말한다.

문학동네. 352쪽. 2만 원.

▲ 여성의 수치심 = 에리카 L 존슨·퍼트리샤 모런 엮음. 손희정·김하현 옮김.

미국 대학 영어과 교수들이 20세기 여성 작가들의 텍스트를 '수치심'이라는 주제로 분석한 글 15편을 엮었다. 이들은 여성들이 삶 속에서 느끼는 고통에 대항하도록 수치심이 어떻게 관계를 구성하고 여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를 다각도에서 해석하고자 했다.

책은 신체, 가족, 사회라는 세 가지 분석 틀을 토대로 젠더 자체, 여성 신체와 여성 섹슈얼리티, 동성애 수치심,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종차별, 이성애 관계와 제도에 매인 여성 예술가 등 여러 쟁점을 다룬다. 정동 이론,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장애학 등 학자들의 논의 내용도 일부 인용한다.

엮은이들은 수치심 경험의 이중성도 언급한다. 월경을 시작한 여성이 잠재적인 수치심을 떠안게 된 사례를 소개하며 "일상적인 상황에서조차 개인의 경험을 이중화하고,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긴장을 유발하며,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변형시킨다"고 말한다.

또 깊은 수치심은 자신을 결함 있고 불결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만들며 세계에 대한 참여를 전적으로 차단한다고 주장한다.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같은 사건들에서 자행된 극단적인 모욕 행위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 전체와 역사 자체로 확대된다는 의견도 덧붙인다.

글항아리. 548쪽. 2만2천 원.

▲ 에덴 컬처 = 요하네스 하르틀 지음. 김희상 옮김.

우리 사회에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는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인종차별, 양극화에 반대하며 문제의 탈출구를 찾는 움직임이 있지만, 해결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저자는 현시대에 꼭 필요한 도전과 용기,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하며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에덴 컬처'로 부르면서 결속, 의미, 아름다움이라는 세 가지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세 가지 자원이 인간의 근원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고 강조한다. 인간을 올바로 이해하고 인간 본성을 되찾아 생명이 약동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며 에덴 컬처 운동을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나무생각. 496쪽. 2만3천 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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