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쌍천만부터 핫신인까지..여름 빅4 화려한 '감독 전쟁'
더 이상의 시간 낭비는 없다. 웬만한 톱클래스와 스케일이 아니면 쉽게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올 여름 스크린이다.
팬데믹 해제와 동시에 엔데믹 시대 깔끔하게 1000만 영화가 탄생하면서 영화계는 곧바로 정상화 채비에 나섰다. 한 주 한 편 씩 대작을 개봉 시키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 시장 빅4 타임라인도 돌아왔다.
올해는 국내 5대 배급사 중 NEW를 제외한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까지 4개 배급사가 등판을 결정했다. 지난 2년 간 개봉되지 못한 수 많은 영화 중, 각 배급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공들인 1등 작품들이 우선권을 잡았다.
100억 대작은 옛말, 기본 200억 대가 투자됐다. 당당하게 꺼내 놓은 만큼 각 영화마다 자랑할만한 의미도 다양하다. 특히 어느 때보다 '감독의 면면'이 화려해 눈길을 끈다. 감독의 이름 만으로 홍보가 되는 작품들. 신뢰에 따른 기대치가 남다르다.
7월 20일 개봉 '외계+인'(CJ ENM) 최동훈 감독
배우들에게는 작품 선택의 이유, 관객들에게는 기다림의 이유가 되어주는 최동훈 감독이다.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감독"이라는 말은 업계 관계자들도 최동훈 감독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손 쉽게 표현하는 그의 경력이다. 2004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 후 '타짜'(2006)' '전우치'(2009)로 장르 영화의 신기원을 보여주고, '도둑들'(2012) '암살'(2015)을 통해 쌍천만 대기록을 세우며 매 작품 관객 수를 늘려 온 최동훈 감독. 7년 만 신작 컴백은 컴백 자체로 영화 팬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소화제가 될 전망이다.
3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작품을 공개하는 모범 행보를 보였지만, 이번엔 기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그래서 두 편을 준비했다. 여름을 넘어 겨울까지 '외계+인' 시리즈의 스크린 점령이 예견돼 있다. 여름에 개봉하는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신정근 이시훈까지 이번 작품도 떼주물의 향연이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서는 흥미로운 물음표가 뜬다. '상업 오락 영화'의 거장에 거는 기대는 유효하지만 고려 시대와 현대를 잇고, 외계인을 등장시키는 새로운 세계관이 최동훈 감독의 손에서 어떻게 펼쳐졌을지는 영화를 봐야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최동훈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적인 도술의 세계와 SF적인 세계가 결합했을 때 오는 새로운 재미를 그리고 싶었다고. 이 기상천외한 설정이 관객들에게도 통할 것이라 아직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에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시리즈 연작 쌍천만을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
그 분이 돌아온다. 5000만 팬덤을 이끄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 김한민 감독도 돌아온다. 누적관객수 1761만 명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2014)의 기적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어떤 작품도 깨지 못했다. '이순신을 넘기 위해서는 이순신이 돌아와야 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의견도 상당했던 바. 이에 8년이라는 시간 끝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명량' 이후 '한산: 용의 출현'을 공개하기까지 김한민 감독은 다양한 영화의 기획·제작에는 참여했지만 직접 메가폰을 잡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 역시 코로나를 뚫고 현재는 '한산: 용의 출현'과 함께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노량: 죽음의 바다' 촬영까지 모두 끝마쳤다. '명량'의 명성을 두 작품이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한산해전은 세계 역사에서 손꼽히는 해전이자 임진왜란 7년 동안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최초의 전투다. 최민식의 바통을 넘겨 받아 '명량' 5년 전, 젊은 시절 이순신을 박해일이 연기했고, 조진웅 류승룡 이정현 박보검 등 '명량'을 이끌었던 출연진도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변요한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등의 합류로 탈바꿈 했다.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과 해상 전투의 참맛을 보여준 '명량' 만큼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대망의 학익진 전법을 확인할 수 있다. 5000만 팬덤을 또 한 번 움직일지 주목된다.
8월 3일 개봉 내정 '비상선언'(쇼박스) 한재림 감독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 '비상선언'이 1년 만에 개봉일을 잡았다. 생애 첫 칸영화제를 밟았던 한재림 감독은 이번엔 필모그래피 첫 1000만에 도전한다. 2005년 '연애의 목적'으로 상큼하게 데뷔한 한재림 감독은 '우아한 세계'(2007)로 한재림 감독만의 우아한 장르 세계를 열었고,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했던 메가 히트작 '관상'(2013)이 913만 명을 끌어 모으면서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 '더킹'(2017)까지 531만 명을 동원해 차기 행보가 기대되는 감독으로 손꼽혔다.
그리고 '비상선언'은 충무로 사상 역대급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대한민국 원톱 배우들을 싹쓸이 캐스팅 한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말이 되냐"는 소리를 들었다. '비상선언은' 항공 테러로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재난 상황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항공재난 드라마. '한국 영화의 상징'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을 비롯해 김남길 임시완 박소진 박해준이 의기투합했다. 한재림 감독 역시 "'왜 이렇게 된 거지' 나도 궁금했다. 7개의 영화를 찍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번 감사하고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우들도 '디테일 신' 한재림 감독에 대한 믿음과 한국형 재난 영화에 더해 최초로 '항공'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기꺼이 참여했다. 문제는 언제 내놓아도 관객들을 극장으로 달려가게 만들 법한 작품도 현실 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는 것.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여러 번 연기된 '비상선언'은 운명처럼 최대 시장에서 풀리게 됐다. 한재림 감독은 "전 세계인의 재난을 지켜보면서 촬영하게 됐다. 서로 노력하고 희생하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이 온 것 같다. 그런 면이 담겨 있는 영화"라며 진정성을 내비쳤다.
8월 10일 개봉 '헌트'(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 감독
글로벌을 사로잡은 월드스타에서 신인 감독으로 새로운 명함을 만들었다. 배우로서 데뷔 30년을 앞두고 있는 이정재가 영화 '헌트'를 통해 상업 장편 영화 감독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배우 출신 감독이 첫 영화를 200억 대 대작으로 선택한 것도, 무려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것도 모두 이정재가 최초. '헌트'는 지난 5월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전세계 영화인들 앞에 첫 선을 보였다. 한 번 최초의 길을 걷더니 지름길까지 쭉쭉 닦아진 모양새다.
배우 명성으로 감독 메가폰을 쉽게 잡은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정재는 '헌트'를 위해 최소 4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애초 프로듀서로 참여하고자 했던 작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정재의 첫 감독작이 됐다. 공교롭게도 올해 빅4 경쟁을 치러야 하는 감독들과 무시 못할 인연도 있다. 최동훈 감독과는 쌍천만 신화를 이룬 '도둑들' '암살'을 함께 했고, 한재림 감독은 '헌트'가 '남산'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로 존재할 때 연출자로 거론 돼 실제 초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아닐 수 없다.
돌고 돌아 이정재의 손에 쥐어 진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연예계 대표 절친 이정재와 정우성을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만나게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도 크다. 무엇보다 이정재 카메라에 담긴 정우성은 '인생캐 호평'이 예약돼 있는 상황. 이정재 감독은 "내면적인 갈등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심리적인 묘사에 중점을 뒀다"고 '헌트'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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