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끝냈다'는 생각에 눈물이"..마음의 짐 떨쳐낸 전인지(종합)

최송아 2022. 6.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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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우승으로 3년 8개월 만에 트로피.."슬럼프 땐 그만둘 생각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확정하고 눈물 닦는 전인지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28)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18번 홀 그린에서 눈물을 흘렸다.

3년 8개월간 이어진 우승 갈증을 메이저대회에서 씻어내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승을 거둔 순간이었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며 소감을 밝히면서도 울먹임을 감추지 못한 전인지는 이후 "'해냈다', '끝냈다'는 생각 때문에"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 대회 전 대회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에도 울면 너무 울보 같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 자꾸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울었던 '전 대회'는 직전 우승 대회인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다.

당시에도 2년 1개월 만의 우승을 달성하고 눈물을 펑펑 쏟은 그는 "힘든 시간이 어느 순간 '탁' 온 게 아니다. 조금씩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자꾸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이후 줄곧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왔고,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이듬해 LPGA 투어에도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이후 전인지는 그만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어린 나이부터 큰 주목을 받으며 자신도 부담감을 느낀데다 인터넷 악성 댓글 등으로 우울감도 깊어지면서 악순환이 됐다.

전인지의 최종 라운드 경기 모습 [Scott Taetsch-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

부활의 발판이 되는 듯했던 하나은행 대회 이후에도 이어진 부진의 요인을 그는 정신적인 문제에서 더 크게 찾곤 했다.

2019년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2020년 초엔 진로 고민을 할 정도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어가 중단된 기간을 계기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8차례 톱10 진입으로 희망을 봤고, 올핸 메이저 우승이라는 결실까지 이어졌다.

값진 트로피를 든 뒤에도 전인지는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우울함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을 때도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주엔 언니에게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있기가 힘들다'며 울기도 했다"며 여전했던 마음고생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골프처럼 너도 소중하니 그만두라'는 언니의 말에 여전히 골프를 하고 싶다고 느꼈고 그래서 이번 주에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이날 전인지의 눈물은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니라, 이런 과정이 쌓여 흐른 셈이다.

전인지는 "원래 팬분들하고 더 많은 소통도 할 수 있었는데,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응원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팬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가 많이 부족한데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응원해 주시는 우리 '플라잉 덤보' 팬 카페 여러분들, 수많은 팬분 덕분에 이렇게 감사드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종 라운드 11번 홀 퍼트 뒤 주먹 불끈 쥐는 전인지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전인지의 부활을 알린 이번 우승은 위기를 딛고 찾아와 더욱더 극적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 2라운드 6타 차까지 달아났으나 3라운드 3타를 잃고 3타 차 추격을 허용했고, 이날 최종 라운드에선 초반 보기를 쏟아내며 한참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는 "전반에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아 답답하고 많은 생각이 머리에 오갔다. 지난 4년 우승이 없었기에 믿고 응원해주신 팬들, 스폰서분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었다"며 "그런 생각들이 강해 압박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우승에 목마르던 톰프슨이 막판 급격히 흔들리는 사이 단단해진 마음으로 침착한 경기력을 유지한 전인지는 마침내 웃었다.

전인지는 "후반엔 '내가 하고자 하는 건 어떻게 과정을 즐기느냐에 따라오는 거니까, 나를 믿고 과정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요인을 꼽았다.

한 타 차 리드 속에 맞이한 마지막 18번 홀에선 "티샷을 앞두고 '나도 사람이니까 불안한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지. 그래도 반응하지 말고 그냥 내 목표만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 샷도 라이가 어려웠는데, '아직 퍼팅에서 기회가 남았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다음 샷, 해야 할 것들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우승 트로피 든 전인지 [AP=연합뉴스]

LPGA 투어 4승 중 3승을 메이저에서 거두고, 한·미·일 투어를 통틀어 8차례 메이저 정상에 오를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여 온 전인지는 메이저대회가 주는 '도전 정신'을 원동력으로 밝히기도 했다.

"메이저 코스는 관리가 잘 돼 있고, 많은 분이 노력을 쏟는다는 게 느껴진다. 경기하기 쉽지 않아 도전 정신을 느낀다"며 "그런 것들이 골프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매 샷을 도전하며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프 인생에서 한 차례 큰 '극복'을 이뤄낸 전인지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바라본다.

그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나에게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인지는 "슬럼프 때 경기력이 좋지 않으니 골프를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어떤 말에도 난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내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승자'의 기쁨을 만끽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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