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 "'수도권병'으로 국가소멸 위기..해결위해 지방시대 여는데 앞장서겠다"

백경열 기자 2022. 6.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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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성공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3일 경북도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경향신문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방시대를 여는데 경북이 앞장서겠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이철우 경북도지사(66·국민의힘)는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새 구호로 정하고, 지방시대를 선두에서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4차 산업혁명 준비, 권역별 성장전략 추진 등을 통해 경북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당선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운동화’이다. 그는 발로 뛰는 행정을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에는 변화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도청사 앞마당에 티라노사우루스 뼈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났고, 한 달에 1만㎞를 달리며 변화를 열망했다고 자부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23일 경북도청에서 이 지사를 만나 두 번째 임기의 목표와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상주와 의성 등지에서 교사로 일했던 그는 20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뒤 2005년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이후 18~20대 국회의원으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보수세가 강한 TK(대구경북)이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 52.11%의 득표율로 힘겹게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77.95%를 득표했다.

-지난 4년간 열심히 달려오면서 한계는 없었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경북의 노력만으로 되는 부분은 아니다. 수도권 이외의 모든 지역은 인구가 줄어든다. 부산이나 대구 같은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병’을 고쳐야 한다. 판을 바꾸지 않고는 안 된다. 강력한 지방분권으로 정책, 예산 등 지방살리기 정책이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수도권 병은 뭔가.

“젊은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1년에 10만명씩 수도권으로 간다. 직장을 구하고 집을 장만하려면 굉장히 어렵다. 저출생 문제는 아무리 돈을 줘도 해결이 안된다. 젊은이들이 수도권에 가서 제대로 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결혼해서 애를 낳나. (반복되면)국가가 소멸한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방시대를 열어야한다. 교육·문화·교통·의료 등 수도권과 똑같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에 사나 수도권에 사나 똑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된다. 대도시로만 향하는 유목민 국가가 아니라 태어나서 그곳에 살다가 죽는 정주민 국가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방소멸과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경북 의성에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는데.

“이웃사촌 시범마을은 사라지는 마을을 되살리는 게 핵심이다. 일자리·주거·복지·문화시설 등 농촌의 도시화로 도시청년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의성군 안계면 일원에 40여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탄생한 수제맥주공방, 유럽식 레스토랑, 수제손만두, 애견 간식 등 청년 가게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소문을 타며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지금까지의 평가를 내린다면.

“지난 4월 현재 대구와 서울, 부산 등에서 온 146명의 청년들이 활동 중이다. 그 중 90명이 의성군 안계면으로 주소를 옮기고 전입했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해 5월에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인구감소지역 청년 이주’ 사례로 보도한 바 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감안하여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업을 확대할 건지. 개선해야할 부분은 없나.

“그렇다. 경북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고, 올해 시범마을 2곳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형태는 기존과 유사할 것이다. 다만 청년들이 농사지을 땅을 사기 어렵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원주민들이 청년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설비비를 지원해주는 방식 등의 개선점을 살펴보고 있다. 단순한 인구유입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지방생존 전략의 모범사례로 만들겠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대구시와의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당초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통합하려고 시도했지만(여의치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연다고 한 만큼 권역별 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17개 시·도로 나뉘어진 채로는 힘들다. 법률안을 마련해 대구경북·부울경·충청전라 등 권역별로 통합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선에 성공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3일 경북도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경향신문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의 가장 큰 현안인 통합신공항 건설을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전액 국비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문제는 지금의 ‘기부 대 양여’ 방식(먼저 필요한 군사 시설을 짓고, 기존 군 공항 기지인 K2 부지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 투자를 먼저 하고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2019년 이전사업비 협의 때는 군 공항 건설비용보다 종전부지 개발에 따른 이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서 종전부지 개발이익이 군 공항 건설비용에 못 미치게 되면, 지자체에서 부족한 사업비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홍준표 당선인은 특별법을 만들어 민간공항 건설에 국비 지원을 명문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통과를 낙관할 수 없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정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이 기술력과 자금력을 가진 국가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도록 건의한 상태다. LH가 참여하면 사실상 전액 국비로 건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가 공공기관이 추진하니 안정적이고, 타 시·도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과 국비 확보를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다.”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바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내년 1월1일자로 군위군은 대구광역시로 편입될 것이다.”

-(경북 구미 취수원을 공동사용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대구 취수원 다변화 문제와 관련해 김장호 구미시장 당선인은 시민 동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는 그때(지난 4월 국무조정실·환경부·대구시·경북도·구미시 등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평균 30만t을 추가 취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협정 체결)도 구미시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구미시민에게 여론조사 형식을 통해 합의사항에 만족하는지, 더 추가할 사항이 있는지 등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KTX 구미역 신설과 같은 선물이 필요하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경북지역의 댐물을 끌어오겠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던데.

“쉽지 않을 것이다. 홍 당선인이 대구 취수원 다변화 합의는 존중하고, 댐물 활용(영주댐-안동댐-임하댐-영천댐-운문댐 도수관로 연결)을 추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다. 낙동강변을 따라서 관로를 묻겠다는 건데, 어느 지주가 좋아하겠나. 구미시민이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가장 현실성 있는 추가 취수원은 구미 해평취수장이다.”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여러 현안에서 삐걱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는 나긋나긋하고 홍준표 당선인은 (겉으로는)북북거려도 뒷면에는 정이 많고 인간적인 사람이다. 엇박자니 불협화음이니 말들이 있는데 한마디로 기우다. 우려와 달리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안에 대해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앞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홍 당선인과 손잡고 머리 맞대고 풀어나갈 것이다.”

-경북지역에 유독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피해가 큰데 대응방안은.

“올해 봄철 전국에서 60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는데, 안타깝게도 대형 산불 10건 중 6건이 경북에서 일어났다. 경북의 산림면적은 133만㏊로 전국 산림면적의 21%를 차지한다. 불에 타기 쉬운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가 산림의 43%에 이른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봄철이 되면 양간지풍으로 불리는 강풍이 몰아친다. 농·산촌 정주인구가 많은 것도 산불발생 위험률을 높이고 있다. 그만큼 선제적 산불예방활동이 절실하다.

초대형헬기와 특수진화차 같은 산불진화 첨단장비를 도입하겠다. 또 자체적으로 특수부대 출신 등 산불진화 전문인력 60명을 선발해 운용할 예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관련해 추가로 구상 중인 사업이나 목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00년 가난을 끊어낸 위대한 지도자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 민족중흥과 부국강병의 확고한 철학과 원대한 비전은 세계 최빈국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초석이 됐다. 박 대통령의 과오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공적은 결코 지울 수 없다.

올해 하반기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의 하나로 박 전 대통령 어록을 중심으로 한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입체적인 패널과 사진, 영상 등을 이용한 ‘박정희 대통령 특별기획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사업 부지 내에 둘레길(탐방로)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및 휴게 쉼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도 나온다. 정치적 목표와 다음 구상은.

“3선 국회의원을 하고 경북도지사에 출마했다. 중앙정치를 하며 낙후지역으로 취급받는 경북의 현실을 보고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표나 다음 구상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다. 인생의 좌우명이 ‘수처작주’다. 언제 어디서든 맡은 자리에서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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