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심귀갓길 걸어보니 '안심'이 되다

2022. 6. 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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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귀가하는 일이 처음이던 스무 살 딸을 마중 나가 데려오면서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안심벨을 누르라고 알려줬다. 길을 건너오며 횡단보도의 CCTV를 확인시켜 줬고, 사거리 편의점이 ‘여성안심지킴이집’이니 위급할 땐 도움을 청해도 된다고 재차 인지시켜 줬다. 그동안은 밤에 다닐 일이 없어 지나친 것들인데, 다시 눈여겨봤다며 혼자 와도 되겠다는 반응이다. 

나 역시도 초행인 동네의 골목길을 걷다가 여성안심귀갓길에 조성된 설비들을 처음 보고 안도했다. 신고는 물론, 보행 안전을 위한 장치들이 골목을 꼼꼼히 지키고 있다.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글씨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낀다.

오밀조밀한 주택가가 모인 동네를 향해 걸으며 대로변 안쪽 통행로로 들어갔다. 인천 남동구 인수마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전신주를 둘러싼 분홍색 시트다. 눈에 잘 띄는 분홍색 반사 시트지에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표시와 전주번호가 적힌 112 긴급신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112 긴급신고시 전주번호를 알려주세요’라는 안내와 함께 여덟 자리의 전주번호가 써있다. QR코드도 있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식하면 자동으로 신고자의 위치 정보가 112 상황실에 접수된다.

전주번호와 QR코드가 있는 긴급신고 표지 전신주.

그리 넓지 않은 폭의 통행로임에도 길 양쪽 가장자리에 여성안심귀갓길 전봇대가 있어 어느 방향에서 걷든지 가까운 곳에서 발견이 된다. 전신주 주변을 보니 CCTV도 설치되어 있다. 이 설비들은 지역 유관기관들이 안심귀갓길 업무협약을 체결해 만든 것으로,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치안 환경이 되어줄 것 같다. 

유관기관들이 협력에 안심거리를 만든다.

인근에 자리한 만수마을 주변에도 주택가로 진입하는 생활도로 곳곳에 큼직하게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여성친화도시 특화사업인 여성친화 안심마을을 조성한 곳답게 스쿨존 벽에는 ‘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다니는 길을 만들겠다’는 경찰 벽화가 친근하게 그려져 있고, 발걸음 닿는 길 위마다 안내 사인이 이어진다. 

보행안전을 위한 보행유도구간.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하면 어둠을 밝히는 밝은 조명과 조명으로 글씨를 비추는 고보조명 정도의 설비를 생각했는데, 이 길을 걷다 보니 안전한 보행을 위한 노면 안내 사인의 역할이 커보였다. 상점 바로 앞길을 따라 안전하게 걷도록 ‘함께 걸어요 만수마을’이라는 인사와 함께 눈에 띄는 붉은 톤 도색으로 보행유도구간을 설치했다. 낮에도 차량을 피해 안전하게 걷도록 유도해줘 체감 안전도가 높아 보였다. 또 주택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는 ‘주거지역입구’라는 표시를 해두어 통행로로 혼돈해 실수로 들어가는 일을 피했다.  

여고 주변 안전한 공간 조성을 위한 시설들.

골목에 자리한 여고 앞에는 안전한 공간 조성을 위한 시설 10가지를 안내해뒀다. 조명만 해도 보행안전 조명과 안심조명을 갖췄고 안전통학로, 안전보행로가 구축되어있다. 주위에는 안심CCTV와 안심비상벨, 여성안심지킴이집같은 섬세한 소통 장치들을 보며 ‘이렇게까지 안전에 신경써 주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24시간 안전한 밤길을 위한 여성안심귀갓길을 조성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지역안전지수 생활안전분야’를 매해 발표하는데, 4년 연속 1등급을 달성한 서울 노원구의 경우 방범 장치와 더불어 늦은 밤 동행서비스인 안심귀가스카우트도 운영한다고 한다. 또 관악구는 여성 1인 점포 안심벨 설치, 주민센터 불법촬영 카메라 자가점검 장비대여 서비스와 같은 여성안심 안전특별구 관악사업을 통해 행정안전부 주관 ‘2022년 주민생활 혁신사례 확산 지원사업’ 우수사례에 선정됐다고 한다. 

지역안전지수 생활안전분야에서 1등급을 달성한 노원구.(출처=노원구청)

이같은 안심귀갓길 조성을 위한 노력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실제로 강력범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통계를 접했다. 2015년부터 다양한 환경 개선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ED) 안심골목길 조성사업’을 진행해온 경상남도의 경우, 최근 3년간 범죄율 25%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걸어본 길이지만 도로의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고, 골목길의 밝은 조명 장치는 주변 경관도 아름답게 바꾸며 불안감을 덜어줬다. 깜깜한 골목을 안전한 길로 바꿔준 여성안심귀갓길이 여성만이 아니라 모두가 언제든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길로 거듭나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유정 likk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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