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초등생 결석 5일 뒤, 학교 신고로 수사 착수..장기 개인체험학습 '중간 점검' 제도 없어

강현석 기자 2022. 6. 27. 13: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일대 해상에서 해경 대원들이 실종 초등생 일가족의 행방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 일정의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연락이 끊긴 광주광역시 초등학생 일가족 3명은 체험학습 기간이 끝난 학생이 ‘3일 연속 결석’을 하면서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주말과 휴일이 끼면서 실종신고는 결석이 처음 확인된 날로부터 5일 뒤에 이뤄졌다.

27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에 ‘개인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실종된 조모양(10)은 지난 16일 등교할 예정이었다. 조양의 부모는 학교에 “제주도 한 달살이 체험을 하겠다”며 지난 5월19일부터 6월15일까지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해당 학교 교칙에는 개별 체험학습은 연간 30일 범위에서 신청할 수 있다. 체험학습 기간에는 주말과 공휴일이 포함되지 않아 조양은 18일 간 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한 달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됐다.

조양은 승인받은 체험학습 기간이 지났지만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은 지난 16일과 17일 광주시교육청의 ‘미인정 결석학생 관리대응체계’ 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한다. 매뉴얼에는 학생이 결석하면 2일까지는 전화를 통화 소재와 안전 여부를 확인하게 돼 있다.

또 결석이 3일∼9일까지 지속하면 담임교사 등이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전담공무원과 함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학교 측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인 지난 20일에도 조양이 등교하지 않고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자 가정을 직접 방문했다.

조양 집은 현관문이 잠겨있고 우편함에는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가정방문에서도 학생의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매뉴얼에 따라 지난 21일 경찰에 신고했다.

광주시교육청은 “학교의 대응은 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간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끼면서 경찰 신고는 조양이 결석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장기 개인체험학습의 경우 중간에 학생 상황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수사를 통해 조양 가족은 애초 신청한 체험학습 목적과 달리 제주도로 가지도 않았다. 대신 지난달 24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의 한 펜션을 찾았다. 이곳에 머물던 조양 가족은 지난달 31 오전 휴대전화가 차례로 꺼진 이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1주일이나 10일 간격으로 학생이 체험학습을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가 있었다면, 좀 더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장기 개인체험학습의 경우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 있어서 일정대로 학생이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지 중간에 파악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도 “개인체험학습 중간에 학생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규정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