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8개월 긴 슬럼프 털어낸 전인지, "우울증 감춘적도 있다. 지난주엔 언니에게 말하며 실컷 울었는데.."

김경호 선임기자 2022. 6. 27. 12: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인지가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뒤 햇빛에 반짝이는 트로피를 들며 활짝 웃고 있다. 베데스다|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18번홀(파4)에서 1.2m 파 퍼트를 넣고 우승을 확정지은 전인지(28)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기뻐한 뒤 눈물을 쏟아냈다. 우승을 다툰 렉시 톰프슨(미국), 최혜진(23) 등 동반자들과 인사하면서도 감정이 뒤섞인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전인지가 마침내 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 3년 8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뒀고, 우승상금 135만 달러(약 17억 5000만원)가 걸린 자신의 3번째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전인지는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파72·6831야드)에서 열린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3타를 잃었으나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톰프슨과 이민지(호주·이상 4언더파 284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첫날 8언더파 64타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작성하며 5타차 선두로 출발해 둘째 날 6타차, 3라운드 3타차까지 리드한 전인지는 이날 전반 9개홀에서 보기 4개를 범하며 톰프슨에게 2타차까지 끌려갔으나 막판에 기적같은 재역전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다.

“코스와 나와의 게임에만 집중하겠다”던 전인지의 다짐은 더 큰 부담이 됐다. 2번홀(파3) 첫 보기 이후 9번홀까지 4타를 잃은 전인지는 톰프슨에게 2타차로 끌려갔다. 11번홀(파5) 첫 버디후 15번홀(파4)까지 간격을 유지하며 끈질기게 기회를 엿보던 전인지는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고, 여기서 쇼트게임 실수를 연발하며 보기를 범한 톰프슨과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17번홀(파4)에서 톰프슨이 또 한 번 1m 남짓한 파 퍼트를 실패하는 순간 선두로 나선 전인지는 마지막홀 보기 위기를 극복하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혈투의 주인공들도, 이를 지켜본 갤러리와 팬도 모두가 믿기 어려운 재역전 드라마였다.

KLPGA 투어에서 뛰던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을 발판으로 이듬해 미국투어에 진출한 뒤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역대 최소타(21언더파 263타) 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전인지는 이후 안티팬들의 심한 공격을 받으며 우울증에 빠졌다.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슬럼프를 털어내는가 싶었지만 이후로도 이렇다할 성과를 맺지 못하면서 최근까지도 “그럴거면 골프를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전인지는 시상식에서 “긴 시간 저를 믿어주신 후원사와 팀, 가족, (팬클럽) 플라잉 덤보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공식 인터뷰에서는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주위에 걱정을 끼치기 싫어 ‘괜찮다’고 하기도 했다. 슬럼프가 길어질 때는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고, 지난주 박원 코치님(JTBC골프 해설위원)으로부터 은퇴 관련 말씀을 듣고는 당황했다. 지난주엔 언니에게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울었는데, ‘골프만큼 네가 소중하니, 골프를 그만둬’라는 말을 듣고 여전히 내가 골프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 일이 있은 뒤로 이번주에 더 열심히 하려고 했고, (우승해)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터널을 지나오니 희망찬 새 목표가 생겼다. 전인지는 오는 8월 AIG 위민스 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한다. 메이저 대회가 5개인 LPGA투어는 그중 4개만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한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시즌 4승(고진영, 김효주, 지은희, 전인지)을 거뒀고 지난해부터 이어온 7개 메이저대회 무승 사슬도 끊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