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교의 시론>尹, 아시아판 나토 초석 놓아라

기자 2022. 6. 27. 1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제교 정치부장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상 실패

金, 전술핵 미사일 배치 피력

북핵 대응전략의 대전환 필요

나토 韓日초청 ‘새 질서’ 의미

尹, 아·태 집단안보 논의 필요

핵 미사일 사이렌 前 조치해야

한반도 비핵화는 실패로 끝났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전선부대 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견해와 결심을 피력했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전략적 결심’이 핵탄두 탑재 단거리미사일의 최전선 배치 명령을 의미한다는 것에는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이견이 없어 보인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 사실을 확인하는 신문 톱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북한은 1956년 구소련 두브나 핵연구소로 과학자를 보내 핵보유국 꿈을 키웠다. 영변 원자력단지 건설과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1994년 제네바 회담으로 대화와 도발·협상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미국을 속이며 핵개발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 나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판문점 도보다리’ 연극에 고용된 조연 배우였다. 이듬해 하노이 회담 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나마 분별력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북핵 대응전략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해도 내핍에 단련된 북한은 견뎌낼 것이고, 인민의 피값으로 만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사회주의 혈맹 북한을 버리는 일도 ‘거북의 털과 토끼의 뿔(龜毛兎角)’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마하 5 속도인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서울 용산과 대전·평택은 물론 광주·부산에 떨어지는 데 5분이 걸리지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쏜다면 모두 요격하기는 불가능하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환영을 떨쳐내야 한다. 좌파들이 주입하는 평화주의 집단환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나토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1년 전 6월 29일 단기필마로 정치권에 뛰어들어 대권을 거머쥐었던 숨 가빴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나토가 왜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을 처음으로 함께 초청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비극의 역사도 반추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관심은 유럽에 집중됐다. 경제적으로 무너진 도시와 산업을 재건할 마셜 플랜이 가동됐고, 정치적으로 소련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할 동맹체가 필요했다. 그 결과 1949년 나토가 출범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1950년 애치슨 라인이 그어졌다. 한반도는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됐고, 미국의 오판은 힘의 공백을 몰고 왔다. 6·25전쟁을 불러온 배경이다.

마드리드 나토 회의 타깃은 러시아와 중국에 맞춰져 있다. 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전체주의 국가는 최고지도자 한 명의 독단이 전쟁을 발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중국과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든 대만과 한국을 침공할 수 있다. 그것이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힘의 논리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이에 대응할 새 질서를 원한다. 나토의 아시아판, 미국 중심 핵 공유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아시아·태평양 방위조약기구(APTO·가칭) 창설이다. 나토 헌장 제5조의 ‘회원국들은 한 개 또는 그 이상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을 가진 집단안보체제다. 중국도 상황을 간파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 핵무기 앞에서 손을 잡아야 한다. 나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 기시다 후미오,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와 APTO 구축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여러 나라에 동시에 보복을 가할 수 없다. 과거사 문제는 차근차근 풀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집단안보체제는 내부 군국주의 발흥을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으로 확대되면 회원국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 윈스턴 처칠은 1935년 의회 연설에서 독일 재무장 위험을 경고하면서 “역사에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는 예지력 결여와 판단력 결핍 속에서, 상황이 감당할 만할 때는 방치했다가 손을 쓸 수 없게 돼서야 이전에 효과가 있었을 치료제를 쓴다”고 설파했다. 북한 핵은 게임체인저 단계에 들어갔다. 서울에 핵미사일 발사 사이렌이 울리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