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그만둘 생각'까지 한 전인지..44개월만 눈물의 퀸

오해원 기자 2022. 6. 27. 1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인지가 2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컨트리클럽 블루코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셀카’를 찍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KPMG여자PGA챔피언십 우승

긴 슬럼프 딛고 와이어투와이어

4R 한때 톰프슨에 선두 내주기도

통산 4승중 3승이 메이저대회

“미국에 머무는게 너무 힘든데

‘골프보다 네가 소중’말에 용기”

美언론“우승비결은 7·9번우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기대

전인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KPMG여자PGA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전인지는 2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컨트리클럽 블루코스(파72)에서 열린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3타를 잃고도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했다. 전인지는 렉시 톰프슨(미국)과 호주교포 이민지(이상 4언더파 284타)를 1타 차로 제쳐 우승 상금 135만 달러(약 17억5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전인지의 LPGA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이후 3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특히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대회에서만 3승을 챙기며 큰 대회에 유독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전인지의 우승으로 올 시즌 LPGA투어 한국 선수는 4승을 합작했다. 2020년 12월 김아림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시작된 LPGA투어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무승 기록도 7개 대회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전인지는 강한 바람에 고전하며 전반 9홀에 버디 없이 보기만 4개를 범해 톰프슨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11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분위기를 바꿨다. 12번 홀(파4)에서 다시 보기로 1타를 잃었지만 더는 타수를 잃지 않고 버텼다. 한때 2타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전인지가 16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 선두로 복귀한 뒤에는 톰프슨이 더 흔들렸다. 톰프슨은 17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고, 파를 잡은 전인지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전인지는 결국 18번 홀(파4)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파 퍼트를 성공한 뒤 눈물을 쏟았다.

전인지는 “전반 9홀은 스트레스가 심해 골프를 즐길 수 없었다”며 “후반 9홀에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고 노력했다.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슬럼프가 왔을 때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언제나 믿어주시는 후원사와 팬, 가족, 코치, 매니저, 친구를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꼭 우승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우울증을 고백한 바 있는 전인지는 이번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괜찮다고 말해야 했다”며 “지난주에도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목표 없이 미국에 머무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며 울었다. 언니가 ‘골프를 그만둬도 좋다. 골프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말에 다시 골프가 하고 싶어졌고,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눈물을 보였다.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투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도 바라보게 됐다. 현재 LPGA투어 메이저대회는 총 5개다. 에비앙챔피언십이 201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됐고, 5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을 인정한다. 전인지는 AIG여자오픈과 셰브론챔피언십에서 1승만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다. 전인지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대회 직전 교체한 클럽이 전인지의 우승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전인지는 이번 주 콩그레셔널컨트리클럽의 전장이 6894야드로 LPGA투어 대회 평균보다 길다는 점에 주목해 자신이 사용하던 3, 4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제외하고 낯선 7번과 9번 우드를 골프백에 넣었다. 안정적으로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과감한 변화는 우승을 가져왔다. 전인지는 10년여 만에 다시 잡은 7번 우드와 처음 사용하는 9번 우드를 1, 2라운드 맹타의 비결로 꼽았다.

전인지의 짜릿한 우승과 함께 톰프슨의 메이저대회 잔혹사도 계속됐다. 골프위크는 “톰프슨이 압박감이 가득 찬 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비통한 상황을 맞았다”고 뒷심 부족을 지적했다. 톰프슨은 2014년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그동안 16차례나 메이저대회 톱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