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사무실이 통째로 이동한다"..자율주행은 '기술' 그 이상의 미래

안태호 2022. 6. 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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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자동차' 공간이 이동하는 미래
사무실·휴식공간·온돌방으로 변신
승객·물류 운송하는 분야에 우선 적용
9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탑승한 자율주행 택시 ‘로보라이드’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강남에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로보택시의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레벨4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단계다. 시범운행 첫날 자율주행차를 탑승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자율주행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했다. 운전대가 스스로 회전하면서 주행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신기한 장면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단순하게 운전을 대신해주는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이 바꿀 미래는 ‘신기한 기술’ 그 이상이다. ‘말 없는 마차’인 자동차는 사람들의 이동 반경을 넓혀줬지만 ‘사람 없는 자동차’인 자율주행은 공간 그 자체가 이동하는 미래를 꿈꾼다. 내 방과 사무실이 통째로 이동하는 공간의 혁신이다.

이런 미래는 엘지(LG)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자율주행차 맛보기 차(콘셉트카) ‘옴니팟’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옴니팟에는 엘지전자의 다양한 가전제품이 탑재돼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먼저 스타일러와 신발관리기가 옷과 신발을 살균·탈취해준다. 운전석은 홈 오피스로 변신한다. 넓은 대시보드에 곡면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책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리클라이너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고 미니 냉장고에서 음료수나 와인을 꺼내 마실 수도 있다.

현대차도 지난 5월 ‘모빌리티 온돌’ 콘셉트를 공개하며 자율주행이 그리는 미래를 선보였다.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 방식인 온돌에서 영감을 받아 실내 공간을 구성했다.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는 걸 전제로 한 만큼 별도 운전대가 없다. 대신 4개 좌석을 마주 보도록 만들었고, 좌석을 침대 형태로 변형해 취침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침대 모드를 사용할 땐 안전벨트 기능이 담긴 안전 담요를 덮을 수도 있다. 좌식 생활이 익숙한 한국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운전대가 사라진 무인차가 ‘차별화한 나만의 공간이 이동한다’는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들이다. 하지만 옴니팟과 모빌리티 온돌이 실제 도로를 달리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자율주행의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자동차학)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산간 도로나 차선이 흐린 도로 등에서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화한 무인 자율주행차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인차가 물류·대중교통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봤다. 그는 “승객이나 물류를 운송하는 분야는 주행코스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무인차가 먼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엠(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의 ‘크루즈 오리진’이다. 크루즈 오리진은 이 회사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다. 미니버스 모양으로, 승객이 서로 마주 보고 앉도록 좌석이 놓여있다. 직접 운전이 어려운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을 위한 공유 전기차 서비스가 목표다. 미국 교통당국이 지난 3월 크루즈의 요청을 받아들여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생산·주행을 허용하면서 사업 기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다만, 아직 자체 사업만 가능할 뿐 운송업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건 불가능하다.

도로에서 시험운행 중인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오리진. 크루즈 제공

국내에서도 아직 무인차 판매가 허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본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2025년부터 물류 등 사업장에 투입될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를 생산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추후 기술 발전과 교통환경 및 법규의 변화 등에 발맞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무인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이투지’(a2z)는 지난 9일 물류·대중교통 목적의 자율주행차 양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완성차 업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4년 공장을 착공해 2027년부터 무인차를 양산해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이투지 관계자는 “대량생산이 필요한 완성차 제조 대기업 특성상 당분간 운전 차량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에이투지는 기존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무인차에 가장 적합한 설계와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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