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캐나다 명문 오케스트라 내한 잇따라.. 클라라 주미 강·힐러리 한·선우예권과 호흡

이강은 2022. 6. 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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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캐나다의 명문 교향악단이 7월 잇따라 내한 공연을 해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유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을 들려준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힐러리 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하는 무대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세 번째 내한 공연

프랑스 출신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가 이끄는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가 5년 만에 한국을 찾아 7월 7일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과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독일 오케스트라의 한국 방문은 2019년 9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내한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1827년 창단)는 195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명문 악단이다. 쾰른 오페라 전속 오케스트라로서 콘서트와 오페라 양쪽 모두 비중을 두는 악단이기도 하다. 요하네스 브람스(독일, 1833∼1897), 구스타프 말러(체코, 1860∼1911),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독일, 1864∼1949) 같은 후기 낭만주의 거장 작곡가들이 자신의 곡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말러 교향곡 3번과 5번,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키호테’는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다.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2014년 쾰른 필하모닉이란 이름으로 음악감독이었던 마르쿠스 슈텐츠와 첫 내한 공연을 했다. 당시 R. 슈트라우스의 대작 알프스 교향곡을 국내에서의 해외 오케스트라 투어 프로그램으로는 처음 선보였다. 이후 2015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와 함께 2017년 내한했다. 로트는 개성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으로 다양한 클래식 장르에 대한 관심과 음악에 대한 신념으로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전통을 우선하면서도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 필립 마누리, 마르틴 마탈론 등 저명한 현대 작곡가의 수많은 작품을 초연했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뮌헨 필하모닉,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등 전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들과 정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차세대 음악가를 소개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 작곡가 지망생들에게 활동 플랫폼을 제공하는 런던 심포니의 ‘Panufnik Young Composers Scheme’ 감독으로도 활동한다. 그의 주도로 설립된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역시 전 세계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를 지원하고 있다. 젊은 관객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어린이 콘서트를 선보이고, 쾰른 시민 오케스트라 창단자로서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전문 음악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음악가, 지휘자, 교육자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은 로트는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로트는 ‘시대를 불문하고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데 그 호기심의 원천이 뭔가’(나카무라 나오토, 일본 음악 칼럼니스트 인터뷰)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음악에 끌리는 이유는 음악이 곧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곡과 이 작곡가의 작품만 해야지’ 같은 한계선은 긋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 시대의 레퍼토리를 지휘하는 것을 통해 마치 관객분들이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이번 세 번째 내한 공연에서는 독일의 전통을 잇는 베토벤(독일, 1770∼1827) 레오노레 서곡 3번과 슈만(독일, 1810∼1856) 교향곡 3번이 연주된다.

로트는 “슈만은 이미 네 개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작곡가이다. 교향곡 3번 ‘라인’이 특별한 이유는, (슈만이) 4악장에 등장하는 쾰른 대성당에 대한 인상을 오마주해(대단히 여겨) 작곡했기 때문”이라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베토벤 작품(레오노레 서곡 3번)의 경우에는 쾰른에서 가까운 본의 베토벤 하우스를 여러 번 직접 방문해, 그의 자필 악보와 편지를 연구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주하기 위해 내츄럴 트럼펫이나 소형 팀파니 같은 시대악기도 준비할 생각”이라고 선곡 의미를 부여했다.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이번 음악 여행에는 한국계 독일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함께 한다. 주미 강은 매혹적이고도 극적인 카타르시스가 짙은 카미유 생상스(프랑스, 1835∼1921)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클라라 주미 강은 독일에서 활동한 한국인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나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이듬해 최연소 나이로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했고, 일곱 살에 줄리어드 음악원에 전액 장학생으로 들어갈 만큼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서울 국제 콩쿠르(2009),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센다이 콩쿠르(2010)에서 우승했다.

다섯 살에 함부르크 심포니와의 협연 무대로 데뷔했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쾰른 챔버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 로테르담 필하모닉,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유럽 최고 악단과 협연했다.

현재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Ex-Strauss’를 사용하고 있다.

로트는 “(생상스가 스페인 출신 명 바이올리니스트)사라사테를 위해 쓴 명곡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하게 돼 매우 기대가 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북미 명문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14년 만에 내한…‘바이올린 여제’도 참여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는 14년 만에 한국을 찾아 7월 5일(서울 롯데콘서트홀), 6일(서울 예술의전당), 7일(대구콘서트하우스), 8일(통영국제음악당) 공연한다. 1934년 창단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젊은 악단에 속하지만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동시대 작곡가들의 작품에 집중했던 이고르 마르케비치(1912∼1983)가 1957∼1961년 오케스트라를 맡아 레퍼토리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이어 30대 중반에 파격적으로 기용된 주빈 메타가 1967년까지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최초 유럽 투어를 진행하는 등 적극 유럽에 진출했다. 특히, 1977년부터 2002년까지 총 25년을 이끈 샤를 뒤투아가 OSM의 컬러와 음악적 스타일을 확고하게 다졌다.

1989년 첫 내한 당시 스트라빈스키(러시아, 1882∼1971) ‘불새’ 한국 초연으로 관심을 모았고, 1997년 내한 때는 조수미, 사라 장과 협연해 화제를 모았다. 2008년에는 금호문화재단이 진행한 베를린 필, 뉴욕 필 등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 초청 시리즈 일환으로 내한했다. 앞서 두 차례 내한공연 때는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2008년에는 켄트 나가노가 이끌었다.

이번 네 번째 내한 공연은 2006∼2020년 이끈 켄트 나가노가 퇴임한 뒤 공석이었던 음악감독 자리를 차지한 라파엘 파야레(42)가 이끌어 기대감을 모은다. 파야레는 LA 필의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41)을 배출해 유명해진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에서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접했고 호른으로 음악에 입문했다.  2004년 마에스트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로부터 정식 지휘 수업을 받았고,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베네수엘라의 모든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2012년 5월 말코 국제지휘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얼스터 오케스트라가 파야레의 가능성을 알아 보고 2014년 수석 지휘자로 임명하고 곧 음악감독으로 추대해 2019년까지 맡겼다. 뉴욕 필 등을 이끌었던 명 지휘자 로린 마젤(1930∼2014)이 생전 그를 매우 아꼈다고 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5일과 6일 공연에는 각각 선우예권(피아노)과 힐러리 한(바이올린)이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두 협연자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러시아, 1891∼1953)를 선택했다는 것 외에 프로그램이 상이하다. 5일 공연은  모리스 라벨(프랑스, 1875∼1937)의 ‘라 발스’를 시작으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전반을, 후반에는 벨라 바르토크(헝가리, 1881∼1945)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모음곡과 드뷔시(프랑스, 1862∼1918)의 ‘바다’로 이어간다.
6일 프로그램은 전반부는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후반은 말러의 교향곡 5번이다. 이들 5명 작곡가 모두 음악사적으로 격변기였던 19세기 말을 살았지만 작품에 스며든 개성은 확연히 다르다.

첫날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3)은 얼마 전 임윤찬이 최연소로 우승해 화제를 모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2017년 우승자다. 당시 “변함없고 한결같이 우수한” (인터내셔널 피아노),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천둥과 같은 종합적인 테크닉을 구사하는 피아니스트”(시카고 트리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앞서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2014년 방돔 프라이즈 (베르비에 페스티벌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 수상으로 음악계를 놀라게 한 바 있으며 2013년 센다이 음악 콩쿠르 1위, 2012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무려 8회에 달하는 국제 콩쿠르 입상 경력으로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8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수석 입학, 졸업(명예졸업) 했다. 전액 장학생으로 미국의 대표적 음악학교 커티스 음악원(필라델피아) 입학한 뒤 라흐마니노프 상을 수상하며 졸업했다. 줄리어드 대학원에서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상을 받고 졸업했다. 이번 공연에서 좀더 완벽한 협연 무대를 만들고자 몬트리올로 날아가 현지 리허설을 하기도 했다. 

힐러리 한(43)은 10살에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천재 소녀’에서 이제는 ‘바이올린 여제’로 불린다. BBC 필하모닉, 밴쿠버 심포니(2008), 잉글리시 체임버(2011),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2012), 도이치 캄머필(2018) 등 유럽과 북미지역 명문 오케스트라가 내한 무대를 가질 때마다 선택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힐러리 한이다. 2020년에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웠고, 지난해 ‘파리’라는 제목으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수록된 앨범을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발매했다. 그동안 세계적 음반사인 데카, 도이치 그라모폰, 소니 레이블로 발매된 21개 앨범은 모두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올랐다.  힐러리 한과 라파엘 파야레와의 호흡은 지난해 9월 메종 심포니크(OSM의 상주 공연장)에서 펼쳐진 드보르작(체코,1841∼1904)의 바이올린 협주곡 무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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