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고 죽는다?..'노화의 숙명' 피해가는 장수 거북
성적 성숙 이후에도 신체 손상 복구에 에너지 투입
늙어도 사망률 늘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줄기도
알다브라땅거북 200살도..사람 노화억제 관련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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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안전한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도 노화와 그에 따른 사망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뿐 아니라 다른 포유류와 조류 등 더운피 동물도 벗어날 수 없는 노화의 숙명을 일부 파충류는 거뜬히 피한다.
리타 다 실바 등 덴마크 남부대학 연구자들은 전 세계 동물원의 방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동물정보 관리시스템(ZIMS)을 이용해 동물원과 수족관의 거북이 장수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노화가 느리고 심지어 노화가 멈추거나 역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2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거북 52종 약 2만6000마리의 자료를 분석했는데 조사한 종의 75%가 극히 느린 노화속도를 보였고 80%는 사람보다 노화가 느렸다. 리타 다 실바는 “노화에 관한 기존 이론과 달리 많은 종의 거북이 노화를 늦추거나 심지어 노화 스위치를 완전히 끄기도 한다”며 “노화가 모든 생물의 숙명은 아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성적 성숙 이후에 찾아오는 노화를 신체 복구와 생식 사이의 상충관계(트레이드오프)로 설명한다.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복구하는 데 에너지를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남기는 생식에 에너지를 투자할 것인가를 놓고 결정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성적 성숙기를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몸의 기능이 쇠퇴해 결국 죽음으로 향하는 노화의 길을 간다. 그러나 거북은 성적 성숙 이후에도 세포의 손상을 수리하는 데 투자를 계속해 노화를 줄이거나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많은 거북이 평생 성장을 계속하며 암컷은 나이 들어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더 많은 알을 낳기도 한다.
인도양 세이셸 군도에 사는 알다브라자이언트땅거북은 100살을 넘게 사는 장수 거북으로 200살까지 사는 개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에서 노화율(나이를 먹는 데 따른 사망 증가율)이 0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먹어도 젊을 때와 사망 확률이 같다는 뜻이다.
동남아에 서식하는 검은늪지거북은 노화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나이를 먹을수록 노화는커녕 오히려 사망률이 줄어든다. 그리스거북 암컷도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노화율을 기록했다. 지중해 연안에 분포하는 이 거북도 100살을 훌쩍 넘게 사는 장수거북으로 유명하다.
노화율이 멎거나 마이너스가 된다고 이들 거북이 영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 저자의 하나인 페르난도 콜체로 교수는 “노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역전하는 거북이라고 영원히 사는 건 아니다”라며 “단지 사망 확률이 나이가 듦에 따라 증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들도 언젠가는 질병 등에 의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들 장수거북은 노화를 억제하는 비밀이 밝혀지기도 전에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알다브라자이언트땅거북, 검은늪지거북, 그리스거북은 모두 남획과 밀렵으로 인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동물원의 거북은 야생에서보다 서식 여건이 좋기 때문에 사망 확률이 낮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연구와 함께 ‘사이언스’에 실린 베스 라인케 미국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생물학자 등의 논문을 보면 거북의 장수가 꼭 좋은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야생 거북을 포함해 변온동물 77종의 장기연구를 분석했는데 야생 거북의 노화율은 포유류보다 20분의 1 이상 작았고 새나 사람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 뉴질랜드 고유 파충류인 투아타라는 노화율이 거북의 90% 수준이었고 평균 수명이 137살로 나타났다.
19세기 중반 40살이던 사람의 평균 수명은 현재 81살로 곱절로 늘었다. 주로 유아사망률 감소와 생활조건 향상에 힘입은 결과일 뿐 나이가 듦에 따라 사망률이 급증하는 노화율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장수하는 거북과 도롱뇽, 악어 등 변온동물이 어떻게 노화를 억제하는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l781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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