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람보르기니의 산실, 산타가타 볼로냐 공장

2022. 6. 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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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유일 람보르기니 공장, 하루 5대의 수퍼카 생산
 -폭스바겐그룹과 함께 전동화 추진

 세계 곳곳을 누비는 람보르기니는 단 한 곳에서 생산한다. 바로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냐(Sant’Agata Bolognese) 람보르기니 공장이다. 이곳은 람보르기니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직접 터를 닦은 곳으로, 1964년 최초의 양산차 350GT부터 지금까지 모든 람보르기니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직접 방문한 람보르기니 공장은 역사 그 자체였다.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16만㎡ 규모의 공장은 브랜드 역사와 창업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열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술 박물관(MUDETEC)을 앞세우고 있다. 2001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브랜드 탄생을 알린 350 GT와 첫 미드십 엔진 제품 미우라, 디자인의 상징이 된 쿤타치, 람보르기니 첫 SUV LM002 등의 주요 제품과 세스토 엘레멘토, 센테나리오, 시안 FKP 37 등의 한정판 등을 볼 수 있다. 브랜드 역사에 비해 전시 규모는 작지만 평소 미디어로만 접할 수 있는 명차들을 오롯이 만날 수 있어 '박물관'이란 명패 값을 톡톡히 한다.


 박물관 뒤편으로는 600마력이 우스운 차들을 연이어 뽑아내는 공장 건물이 들어서 있다. 람보르기니 공장은 크게 엔진 조립, 인테리어, 제품 조립, 페인트숍의 네 섹션으로 이뤄졌다. 엔진 조립은 출시와 함께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한 우루스의 V8 트윈터보와 우라칸 V10, 아벤타도르의 V12 엔진을 직접 만드는 곳이다. 이곳은 엔진형식에 따라 조립라인을 구성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직원들이 손수 조립하는 다기통 엔진들을 쉽게 볼 수 있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제품의 전동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상전벽해를 이루게 된다. 람보르기니는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순수 내연기관을 만들지 않는다.



 다음으로 둘러본 인테리어 공정은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영역이다. 고객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애드 페르소남(Ad Personam)을 통해 선택한 특별 품목을 반영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이곳에선 전문 직원이 알칸타라 등의 소재가 불량이 있는지 예리한 눈빛으로 면밀히 확인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과한 원단에게만 람보르기니 제품의 대시보드나 도어 트림, 시트 등의 인테리어 요소로 변신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전용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패턴 작업도 여기서 이뤄진다. 이 작업은 정밀한 가공뿐 아니라 재단 후 버려지는 가죽량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렇게 잘 가공된 원단은 주문 제작을 위한 바느질 마감을 거치게 된다. 마감 색상은 수십 가지를 제공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문구나 문양을 정교하게 새길 수 있다.



 제품 조립 공정은 기술자들이 엔진과 변속기, 전기배선, 섀시, 실내 장식, 유리 등의 내용물을 채워 넣는 곳이다. 각 차체와 섀시도 여기서 맞물린다. 이들은 이 순간을 다른 공장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식을 뜻하는 '마리아쥬(Mariage)'라 부른다. 산타가타 볼로냐 공장은 우라칸, 아벤타도르 등의 수퍼카를 대부분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람보르기니가 최근 선보인 112대 한정판 '쿤타치 LPI 800-4'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공장에선 하루 평균 4.5~5대의 수퍼카가 완전체를 이룬다. 비교적 생산대수가 많은 우루스는 조립라인 자동화율을 높인 덕분에 하루 평균 25대를 내보낸다. 최근에는 2만 번째 우루스가 공장을 빠져나왔다. 차체는 폭스바겐그룹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공급해 그룹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차체 운송은 2020년부터 탄소 저감을 위해 트럭 대신 기차를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85% 줄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출고를 기다리는 적치장을 지나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페인트숍이다. 이곳은 우루스 생산에 맞춰 규모를 늘리고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화 도장 시스템 공정이다. 페인팅 로봇들이 차체 사방에서 색상을 입히는 움직임은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다. 제품 도장은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성 페인트를 활용한다. 색상은 스탠다드, 스페셜, 매트, 애드 페르소남으로 세분화해 고를 수 있다. 현재 색상은 72가지를 제공한다. 공장은 향후 350개까지 색상을 늘릴 방침이다. 색상에 따라서는 프라이머를 제외하고 최다 네 겹의 도장을 입혀 색상의 깊이를 더한다. 플라스틱, 금속 등 각기 다른 소재를 칠할 때 색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수 공법을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아직 내연기관 생산에 주력하는 람보르기니 공장은 이미 2015년 모든 제품 생산 시설에 대해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친환경 생산 체제를 확보했다. 제품들이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다량의 탄소를 뿜어내고 있지만 공장 만큼은 이를 상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공장 옆 람보르기니 공원에는 60만 마리의 꿀벌 관리를 통해 기후 변화 대응법을 연구하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람보르기니의 행보는 지난해 회사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미래 전략 '디레지오네 코르 타우리(Direzione Cor Tauri)'를 바탕으로 한다. '황소자리 심장을 향해'란 뜻의 새 전략은 전동화를 기반으로 고성능과 브랜드 전통을 양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탄소중립을 향한 폭스바겐그룹의 '뉴 오토(New Auto)' 전략과 같은 맥락이면서도 고성능으로 차별화하겠다는 브랜드 정체성이 녹아있는 부분이다. 그룹 차원의 시너지 일면엔 각 브랜드를 존중하고자 하는 전략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그룹과 브랜드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데 작지 않은 힘이 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산타가타 볼로냐(이탈리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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