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시대 꿰뚫는 힘.. '울프'가 주는 선물"

박동미 기자 2022. 6. 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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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20대 시절 사진과 최근 출간된 울프의 책들. 위에서 부터‘여성과 글쓰기’, ‘울프가 읽은 작가들’,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시리즈’, 그래픽 노블 ‘버지니아 울프’.

■ 탄생 140주년… ‘버지니아 울프 학회’ 김영주 회장

울프 일기와 서평 읽다보면

‘이렇게 솔직할 수 있나’ 감탄

그녀는 페미니스트 작가지만

페미니즘 문학에 국한 말아야

아직 울프를 읽지 않았다면

‘댈러웨이 부인’‘세월’ 추천

“독서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에 시대를 보는 힘까지 주니까요. 읽을 때마다 ‘아, 역시 울프다’ 하게 됩니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1882~1941)에 대해 김영주(작은 사진) 서강대 영어학부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남성 중심 고전 정전에서 벗어나 여성 작가로 눈을 돌리는 문학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소환되는 이름은 바로 울프다. 올해 탄생 140주년을 맞은 울프의 다양한 말과 글이 발굴돼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에서도 최근 탁월한 작가인 동시에 열렬한 독서가였던 울프의 또 다른 면이 담긴 ‘울프가 읽은 작가들’을 펴냈다. 학회가 번역과 감수를 맡아 꾸준히 출간 중인 ‘버지니아 울프 전집’(솔출판사) 시리즈의 14번째 책. 왜, 지금 울프인가.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와 함께 울프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언제나 그 시대가 원하는 작가가 부상하기 마련이에요.” 김 교수에 따르면 여성주의적으로 논쟁적 이슈가 많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 울프가 호명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80년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당시 수업에서 울프를 다루는 일은 없었다. 대부분 남성 작가이거나,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등 19세기 여성 작가 정도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울프 관련 출판 기획이 늘어난 것에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 있지만, 여기에 울프를 가둬선 안 된다고 했다. “시대의 요청으로 작가가 소환되면, 그 안에서도 원하는 것만 찾는 경향이 생겨요. 그런 책 읽기가 의미가 없지 않지만, 자칫 일방적이고 부분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김 교수는 여전히 독자들 대부분이 소비하는 울프의 이미지가 다소 단면적이라고 했다. 울프 하면 제일 많이 회람되는 젊은 시절 사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겹쳐지며 울프가 자기 안에 갇힌 ‘유약한’ ‘여성’ 작가로 한정된다는 것. 그러나 울프는 자신의 글만큼이나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사회적 이슈나 지적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독립 출판’ 방식으로 실험적인 책도 출간했다. “그래서 전 항상 젊은 울프와 노년의 울프 사진을 함께 보여주며 수업을 시작합니다.”

최근 울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소설뿐만 아니라 일기와 서평 등 다양한 기획 출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고전이 될 만한 현대 작품을 소개하는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는 울프의 ‘등대로’를 첫 번째로 출간했으며, 대표 소설과 산문을 엄선해 한 권으로 엮는 민음사의 디 에센셜 시리즈도 조지 오웰 다음으로 울프를 선택했다. 이 밖에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온다프레스), ‘여성과 글쓰기’(북바이북),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시리즈’(열린책들) 등도 울프의 문학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새로운 시도다. 이제는 울프의 바다에 선 독자들에게 울프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묻자 김 교수는 “울프처럼 읽으라”고 조언했다. “울프의 일기와 서평을 읽으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솔직할 때가 있어요. 편견이나 거리 두기가 아니라 애정과 희망을 담아 자신과 주변, 세계를 넓고 깊게 보고 있죠. ‘완전한’ 통찰이라고 할까요.”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이라고 했다. “내가 울프에게서 무엇을 얻을지가 아니라, 울프가 나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선물처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울프가 독서를 할 때 그랬던 것처럼요. 이것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독서 아닐까요.”

‘울프가 읽은 작가들’ 중에서 울프가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 교수는 울프는 알지만, 울프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두 편의 소설을 제안했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인 ‘댈러웨이 부인’과 50여 년의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세월’이다.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쓰였는데, 완벽하게 ‘울프다운’ 소설입니다. 울프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울프스러운’ 선택일 것 같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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