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황금 연꽃, 미려한 유리球.. 서울 온 유럽의 美

장재선 기자 2022. 6.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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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전 전경.
서울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에서 관객이 작품을 살피고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두 사람이 서울 한복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두 사람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고 국내에도 마니아가 많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정원과 정원’전을 펼치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58)과 삼청동 PKM갤러리에서‘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를 선보이는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55)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각기 파리와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두고 수학, 과학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서울시립미술관 ‘정원과 정원’전

26m 유리 벽돌작품 ‘푸른 강’

韓전통서 착안한 ‘자두꽃’눈길

“잃어버린 감각·행복 찾았으면”

‘유리 구슬’ 작업으로 유명한 오토니엘은 장식성이 강한 작품으로 패션업계 지지를 받으며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이번에 서울에 와서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브랜드 앰배서더인 김연아 등 각계 인사들을 만났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실내와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 등 3곳에서 펼쳐진다.

“지난 10년간의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덕수궁 연못을 동화 속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법을 되찾아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토니엘은 특유의 친화력 있는 말투로 ‘일상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환상’이 전시 주제임을 암시했다. 그의 말대로 덕수궁 연못에 ‘황금 연꽃’이 피어나고, 그곳 나무에 ‘황금 목걸이’가 걸렸다. 스테인리스스틸에 금박을 한 그의 작품들을 설치한 것이다. 오토니엘은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며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대한제국의 희비가 서려 있는 덕수궁에 예술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시도했다.

미술관 실내에 걸린 회화 ‘자두꽃’은 루브르박물관이 영구 소장하고 있는 자신의 작품 ‘루브르의 장미’를 변형시킨 것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생명력과 부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호박색과 아쿠아마린 블루 등 두 가지 색의 조화를 꾀한 유리벽돌 작업 ‘프레셔스 스톤월’도 희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인도에 갔을 때, 거기 사람들이 언젠가 집을 짓겠다며 벽돌을 모으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게 오토니엘의 설명이다.

청색 인도 유리벽돌로 만든 ‘푸른 강’은 길이 26m, 폭 7m에 달하는 작품으로, 거울 유리와 스틸로 제작한 ‘RSI 매듭’과 어울려 감탄을 자아낸다. 방대한 크기의 작품이 빼어난 미감으로 시적 감흥을 일으킨다. 수학자와 오랜 협업으로 만들었다니 매우 흥미롭다. ‘거울 매듭’ 작품들은 구형 모듈 속이 깊은 우물처럼 아득한 느낌을 준다. 2750개의 스틸 벽돌로 이뤄진 ‘아고라’는 동굴이나 무덤처럼 보인다. 그 안에 들어가 앉아서 관객들끼리 대화를 나눠보라는 게 작가의 제안이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

PKM갤러리‘새로운 사각지대…’전

렌즈의 오류·공전·원의 경계 등

평소 인지하지 못하는 풍경 표현

출판물 모아둔 리딩룸도 ‘북적’

“오토니엘이 대중적으로 선호된다면, 엘리아슨은 미술사가들에게 예술성을 인정받는 작가이지요.” 현대미술에 관한 역저를 다수 펴낸 바 있는 전영백 홍익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엘리아슨은 당대 세계의 문제를 담은 전위적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03년 ‘날씨 프로젝트’로 명성을 얻은 그는 기후 변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해왔다. 탄소배출이 많은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이번에 서울에 오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처럼 이 시대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주제로 삼고 있다. 원과 원이 겹치는 경계를 관찰하도록 이끄는 ‘워터컬러 페인팅’ 연작, 렌즈 시스템의 오류 현상을 극대화한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 등이 그런 주제를 반영한다. 위성이 지구의 자오선을 따라 공전하는 궤도를 나타낸 클렐리아 곡선을 유리 재질의 구(球)로 표현한 작품들은 작가의 메시지와 함께 조형의 미려함이 두드러진다.

전시는 PKM갤러리 별관에서도 펼쳐진다. 2005년 작 ‘색채 스펙트럼 연작’을 만날 수 있고, 작가와 그의 작품을 다룬 주요 출판물 39종을 열람할 수 있는 리딩룸이 마련돼 있다. 리딩룸에서 많은 관객이 책을 읽는 것을 보면, 엘리아슨의 한국 팬층이 두텁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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