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복병 '대상포진'.. 원숭이두창과는 포진 양상 달라
잠복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해 발병
8월 환자 평균 8만9000명.. 2월比 30%↑
안면부 포진 때 통증 극심.. 심하면 마비
특정부위 신경 따라 무리 짓는 모양 병변
팔다리 산발적 포진 '원숭이두창'과 차이
환자 5∼20% '신경통' 후유증으로 고생
특히 고령 환자는 여름철 대상포진에 유의해야 한다. 고령층 10명 중 3명은 치료 후에도 길게는 수년간 통증을 느끼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호소한다.
◆안면부에서 나타나면 통증 심해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VZV)에 감염돼 수두에 걸린 후 몸 안에 남아 잠복하던 바이러스가 면역이 떨어지면 활성화해 다시 신경을 타고 나오는 질병이다. 증상은 아프거나 따끔거리는 증상이 수일간 지속된 후 붉은 발진이 일어나며 시작된다. 열이나 두통이 발생하고, 피부에 여러 개의 물집이 잡히면서 격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발진과 수포는 주로 몸의 한쪽에 국한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원종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25일 “대상포진은 얼굴이나, 팔, 다리 등 신경이 있는 부위면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안면부를 침범할 때는 통증이 심하고, 빈도는 낮지만 운동신경을 침범하면 마비도 발생할 수 있다”며 “물집이나 통증 같은 초기 증상이 심하거나, 안면부를 침범하거나, 고령의 경우 특히 적극적인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최근 원숭이두창(Monkeypox)과 수포로 인한 증상 유사성에 대해서는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무리 지어 발진, 수포, 농포, 딱지의 여러 단계가 산재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피부 병변 모양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대상포진과 달리 원숭이두창은 발열 후 얼굴, 머리에서 시작해서 팔, 다리 쪽으로 발진, 수포, 딱지가 4∼5일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병변도 신경절을 따라 무리 짓지 않고 산발적이다.
감염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대상포진이 주변에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이미 수두에 걸린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는다. 수두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대상포진 환자의 진물 접촉 등으로 바이러스가 옮을 경우에만 ‘이론적으로’ 옮을 수 있다. 이 경우 수두로 발병할 수 있다. 신생아나 면역저하자, 기존에 수두를 앓은 적이 없는 경우 대상포진 환자와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또 수두는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잘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년간 지속하기도 한다. 많은 환자가 “극한의 통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아직 치료제는 없다. 현재의 치료는 손상된 신경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환자 통증을 완화하는 데 있다.
약물치료 외에는 신경차단술이 있다. 신경차단술은 문제가 되는 말초신경 부위에 국소마취제와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여해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손상으로 과민해진 신경을 진정시키고 통증의 전달을 감소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박동성 고주파술로 인해 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박동성 고주파술은 필요한 신경절 부위에 전기장과 자기장 및 42도 정도의 열을 가해 통증 전달 물질의 분비 억제와 통증 전달 감소 역할을 한다. 2020년 해외에서 메타분석을 통해 박동성 고주파술로 인한 통증 완화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잘 낫지 않거나 약물이나 신경차단술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중추신경까지 손상되었거나, 말초신경 손상이 너무 심한 경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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