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경제와의 소통이 먼저다

김재태 편집위원 2022. 6. 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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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일화는 모두 최근에 직접 겪은 일들로,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이 거기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잇단 금리 인상과 고물가 지속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은 매우 엄중하고 혹독하다.

이런 경제 난국을 뚫기 위해 윤 대통령은 지난 6월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규제 혁파를 앞세우며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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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 며칠 전에 장을 봤다. 한 주에 한 번꼴로 가는 마트여서 매대 모습이나 상품들이나 대부분 익숙했지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확연하게 3~4개월 전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가격표가 변했다.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어 있는 상품이 꽤 많았다. 아무리 값이 올라도 먹을 것만큼은 좋은 상품으로 고르자고 마음먹었지만, 손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오른 가격에 놀라는 사람은 또 있었다. 불만 가득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 가격 실화야?" 대개가 이런 투의 불평이었다.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의 한 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 친구들과 함께 자주 가는 음식점을 찾았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있었던 때다. 고기와 함께 소주를 주문했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대뜸 "소주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많이 드시지는 말라"는 말을 하며 울상을 짓는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소주 입고가 원활치 않게 돼 물량이 달린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가뜩이나 수지 맞추기도 힘든데, 술까지 애를 먹이네."

이 두 일화는 모두 최근에 직접 겪은 일들로,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이 거기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름값을 비롯해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오르고, 대출 금리도 올라 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의 어려움이 여간 아니다. 시사저널이 지난 호에 보도한 것처럼 한국인의 최애 간식으로 꼽히는 치킨마저 가격이 뛰어 올랐다. 배달 음식뿐만 아니라 길거리 음식점의 한 끼 식사 가격도 부담스러워진 지 오래다. 먹거리 가격이 올라서 가장 크게 고통받는 쪽은 아무래도 서민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계지출에서 식비 비중이 높은 마당에 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면 버터내기가 쉽지 않다.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이 모든 상황은 현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잇단 금리 인상과 고물가 지속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은 매우 엄중하고 혹독하다. 이런 경제 난국을 뚫기 위해 윤 대통령은 지난 6월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규제 혁파를 앞세우며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경제를 살리려면 거시 경제와 미시 경제를 함께 견인하는 입체적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러나 있는 상처도 치료하고, 긴 안목으로 경제의 체력을 키우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서민들의 먹거리 걱정부터 덜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밥상에서 인심 난다'는 말은 '밥상 위에 민심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주말을 이용해 영화관 나들이를 하고 빵집에 가는 것은 낯설긴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다만 때를 잘 살펴서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방사포 도발이 그날 있었다는 사실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인 데다, 무엇보다 이 시국은 경제위기가 깊어가고 있는, 대통령의 언설 그대로 '태풍'의 계절이다. 국민과 함께한다는 대통령의 여러 소통 행보도 좋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보다 앞서서 경제와 소통할 때다. 높은 물가에 치이는 민생의 처지에서는 대통령의 주말 부부 나들이가 곱게 보일 수 없다. 그만큼 먹고사는 일이 팍팍한 고난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말처럼 "문제는 경제야!"라는 외침이 절로 나오는 시기다. 한가한 말과 행동으로는 마당까지 치고 들어온 태풍을 이겨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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