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태우고 물고문..'고양이 학대' 자랑하던 이들, 우리 이웃이었다

김성진 기자, 하수민 기자 2022. 6.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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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판 N번방](上)

[편집자주] 동물학대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온라인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동물을 불로 태우고, 꼬리를 자르고, 철사로 묶는 등 잔혹하게 학대한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추적이 어려운 탓에 '동물학대 인증방'은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만삭 고양이 눈을 막대로 '콱'…동물학대를 자랑하는 사람들
-한달 평균 500여건 신고...낮은 양형기준이 재범 부추겨
동탄 길고양이 학대범이 익명성 강한 메신저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 만삭인 길고양이 삼색이(왼쪽)의 눈을 학대범은 나무 봉(오른쪽)으로 터트렸다. /사진제공=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


한쪽 눈이 있을 자리에 붉은 피가 고여있었다. 지난 3월 한 텔레그램 방에 올라온 만삭 고양이 사진이었다. 작성자 A씨는 나무 막대 사진을 함께 올렸다. 그는 '이걸로 눈을 터뜨렸다'고 했다. 한마리만 당한 게 아니었다. A씨는 한달 동안 고양이 머리를 절단하고, 내장을 파고, 철제 틀에 가둔 채 물고문한 사진도 올렸다.

방에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도 들어와 있었다. 캣맘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A씨를 추적했다. 그 결과 A씨를 경기도 동탄·용인에서 찾았다. 그는 키 약 170cm 왜소한 20대 후반 남성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A씨가 일하는 편의점과 집 근처 곳곳에 사체가 있었다. 발견된 사체는 50여구. 사지가 꺾이고 불에 그을려 있었다. 도구들도 찾았다. 톱과 망치, 삽이 있었다. 찜솥, 그릴판도 쓴 모양이었다. 고양이 털과 살점이 붙어있었다.

A씨는 동물권단체 활동가에게 '나도 한때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텔레그램에 잔인한 사진을 올렸다가 인정받은 후로 학대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들에게 밥도 줘서 친해진 다음 학대를 했다. 현재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A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여기 동물이 학대당합니다" 한달 평균 신고 500여건...수위가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한달 평균 518건씩 '동물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단순히 동물을 '때리는' 수준의 학대가 아니다. 지난 1월 인터넷에는 갈색 고양이를 철제 포획틀에 가두고 산 채로 불태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비판이 거세자 작성자는 "더 많은 고양이를 태워야겠다"고 새 글을 올렸다.

고양이만 학대당하는 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인터넷에 햄스터 팔다리를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십자가에 묶은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옷장에 3시간 묶었더니 눈색이 하얘졌다"며 "백내장 온 것 아니냐"고 글을 썼다.

이런 학대범들 글을 모아놓는 SNS 계정도 생겼다. 그러자 한 학대범은 지난 19일 '계정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양이를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학대범은 고양이 학대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고양이 머리를 절단하고, 불태운 사진들이었다.

학대범이 펫숍 가면?...제한 없이 또 동물 살 수 있는 현실

지난 20일 오전 0시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고양이 최소 열마리를 학대하고 인증한 글들이 올라왔다. 전날 고양이 학대범들 기록을 남기는 SNS 계정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벌인 일이다./사진=독자 제공.


동물학대범의 반려동물 소유권을 제한하고 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동물복지법에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동물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징역형도 수 차례 내릴 정도로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성범죄자 신상 공개처럼 동물 학대자의 실명과 사진을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한다.

확실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는 동물학대를 논의 대상으로 선정하지도 않았다.

'고양이 N번방'이 있다?…"학대 인증" 그들만의 잔혹한 관문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N번방
지난 3월 이른바 텔레그램 '고양이 N번방'에 올라온 사진과 글들. 고양이의 한쪽 눈을 터뜨리고, 할퀴었다는 이유로 죽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제공=학대범 추적단체 '팀캣'


올 초 텔레그램에 대화방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름은 '자료방'이다. 참가자 6명은 고양이 학대 사진, 영상을 '자료'라 불렀다. 더 고통스럽게 학대할수록 이들에게 '좋은' 자료다. 어떤 고양이는 머리가 흉기로 잘렸다. 어떤 고양이는 산 채로 불태워졌고 어떤 고양이는 물에 처박혔다.

아무나 이 방에 들어올 수는 없다. 한 오픈카톡방이 '관문' 역할을 했다. 8~9명이 여기서 선택을 기다렸다. 이들은 고양이 학대를 사진, 영상으로 인증했다. 고양이 혐오 표현도 쏟아냈다. 방장 눈에 들면 자료방 초대링크를 개인 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캣맘, 사설탐정이 지난 3월 링크를 받아 자료방에 들어갔다. 학대 자료가 수두룩했다. 한 만삭 고양이는 막대에 찔려 눈이 터졌다. 다른 고양이는 흉기에 배가 갈려 열려져 있었다.

텔레그램 자료방에 올라왔던 고양이 학대 사진. 흉기로 귀가 잘리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진제공=학대범 추적단체 '팀캣'


캣맘과 탐정에 따르면 이 방의 핵심 참가자는 네명이었다. 그중 한명의 닉네임은 '쭈비니'다. 성착취물 N번방의 '박사' 이름도 '조주빈'이었다. 그는 학대 사진은 안 올리지만 자신이 저지른 학대를 글로 썼다. 그는 집 주변 길고양이 밥그릇에 부동액을 탔다고 했다.

'M요원'은 방장이다. 오픈카톡방에 맘에 드는 참가자가 있으면 초대 링크를 보낸다. 그도 직접 학대하진 않았고 참가자들에게 '학대한 것 좀 올려보라'고 부추겼다. 학대 사진은 주로 '이주'와 '.'(점)이 올렸다.

자료방은 지난 3월 이주가 경찰에 붙잡히자 삭제됐다. 캣맘과 탐정이 그를 찾아냈다. 이주는 경기도 동탄·용인에 사는 20대 후반 남성이었다. 그가 일하던 편의점과 집 근처 곳곳에 고양이 사체가 있었다. 발견된 사체는 50여구. 사지가 꺾이고 몸 일부가 잘려 있었다.

참가자들은 앱을 바꿔 '세션'에 새로운 대화방을 만들었다. 세션은 호주에서 개발된 앱이다. 텔레그램처럼 익명성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방장은 쭈비니였다.

지난 4월 익명성 강한 채팅앱 '세션' 대화방에 올라온 글. 닉네임 '.'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세 마리의 목을 조르고 배를 때리는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캣맘과 사설 탐정이 추적한 결과 '.'은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여고생이었다./사진제공=학대범 추적단체 '팀캣'


캣맘과 탐정도 함께 초대됐다. '.'(점)이 지난달 먼저 잡혔다. 그는 경기도 시흥에 사는 여고생이었다. 기르는 고양이 세마리를 학대했다. 목을 세게 조르거나 주먹으로 머리, 배를 때렸다.

쭈비니도 곧 충남 논산시에서 잡혔다. 경찰은 그를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 중이다. 그가 길고양이 밥그릇에 부동액을 탄 점은 확인됐다. 하지만 죽은 고양이는 없었다는 취지다. 논산시 캣맘들은 밥그릇 주변 곳곳에 고양이 사체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쭈비니는 잡히기 전 세션방을 삭제했다.

M요원은 잡히지 않았다. 캣맘들은 그가 어디선가 다른 대화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한다. 한 캣맘은 "M요원은 분명 지금 다른 데서 활동할 것"이라 말했다.

단속은 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방이 폭로되면 운영진은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이주가 잡히기 전에는 오픈카톡방에서 학대사진, 영상을 올리지 않아도 고양이 혐오 표현을 쏟아내면 방장 눈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 텔레그램방에서 세션으로 옮겨간 후 방장은 사진, 영상을 필수로 만들었다. 직접 학대했다고 증명도 해야 한다. 대화방이 음지화한 셈이다.

캣맘들은 이런 대화방들을 '동물판 N번방'이라 부른다. △익명성 강한 채팅앱에서 운영된다는 점 △진입절차가 까다로운 점 등이 과거 조주빈의 '성착취 N번방'과 비슷하다는 취지다.

대화방에 들어갔던 사설탐정 A씨는 "조주빈과 그 일당이 금전, 성적만족감을 위해 N번방을 만들었다면 동물판 N번방 일당은 '누가 더 잔인하게 학대하냐' 공유하고 인정받는 만족감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고양이 학대 사건은 끝이 없다. 지금도 조사 의뢰가 들어오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는 "참가자들을 붙잡고 보니 대부분 10~20대 청소년, 청년이었다"며 "생명존중 가치를 확실히 가르치지 않으면 이런 범죄는 되풀이될 것"이라 밝혔다.

"난 안걸려" 고양이 불 태우고 배짱…VPN이 만든 온라인 '소도'
-온라인 기술 뒤에 숨는 범죄자들
지난 1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는 고양이를 산 채로 불 태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제공=동물권단체 카라


올초 고양이를 포획용 틀에 가두고 불 붙이는 46초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영상은 복제돼 퍼졌다. 그러자 원작자는 영상 원본 파일에만 있는 '촬영 시간과 장소'를 올렸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그러다 (경찰에) 걸린다"고 했지만 원작자는 "안 걸릴 자신 있다"고 자신했다.

동물학대는 징역형도 가능한 범죄다. 국민신문고에 '그를 잡아달라'는 민원 수백건이 올라오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월부터 원작자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찰은 원작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원작자가 VPN(가상사설망) 서비스를 썼기 때문이다. 누구든 인터넷에 들어가면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받는다. IP주소는 인터넷상 신분증 역할을 한다. 접속자의 위치 정보가 들어있다.

VPN은 이런 IP주소를 바꾸는 툴이다.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IP주소를 해외 IP주소로 바꾸는 게 가능해진다. 한 달에 1만원 남짓 이용료를 내면 쓸 수 있다.

동물학대범들은 VPN의 이러한 특성을 악용한다. 경찰은 영상이 올라온 사이트에 협조 공문을 보내 원작자의 IP주소를 받았다. VPN으로 바뀐 가짜 주소였다. 원작자의 진짜 주소는 VPN 업체에 있다. 하지만 해외 업체라서 경찰이 자료를 받기 어렵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원작자를 추적하고 있다"면서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 밝혔다.

VPN 뒤 숨으면 추적 어려워..."수사 전문성 높여야"

지난해 7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물에 빠뜨리고 던진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 마포경찰서가 작성자를 추적했지만 작성자가 VPN을 쓴 탓에 특정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사진제공=동물권단체 카라


동물을 학대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학대 사진, 영상을 퍼뜨리기만 해도 범죄다.

최근 학대범들은 고양이, 개 등을 학대한 후 사진, 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 단체메신저방에 올린다. 범죄 증거를 스스로 남기는 셈이다.

하지만 학대범들이 경찰에 잡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7월 인터넷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물에 빠뜨리고 던진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작성자를 잡지 못하고 한 달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 4월에도 한 누리꾼이 햄스터의 팔다리를 십자가에 묶고 괴롭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도 잡히지 않았다.

이 역시 VPN 때문이었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이 작성자의 진짜 IP 주소를 확보하지 못했다. 기원전 삼한시대 때 범죄자들이 숨어들었던 '소도'를 정보화 시대에선 VPN이 만들어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머니투데이가 만난 사이버범죄 수사관들은 VPN이 범죄자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한 수사관은 "VPN 업체들은 자칫 고객들을 잃을까 해 고객 IP 주소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협조를 강요할 수도 없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전기통신사업자는 경찰의 자료 제공 요청에 협조할 의무가 있지만 거부한다고 처벌할 규정은 없다.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IP 주소를 알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마다 정보 보관기간이 다르다"며 "IP주소를 파기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VPN 업체는 영장을 통한 수사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범을 잡기 위해 국제 공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결국은 국제 공조가 핵심"이라며 "사이버 범죄 조약에 가입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사이버 수사 기법면에서 앞서 있다"며 "VPN 업체의 책임성에 관한 국제적인 룰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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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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