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 공급망 되살리려면

여론독자부 2022. 6.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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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려면 콘크리트 6000㎥, 철강 6만 톤, 단조품 4000톤, 펌프 200여 개, 밸브 5000여 개, 배관 200여 ㎞ 이상, 케이블 2000여 ㎞, 용접 5만 군데 이상이 필요하다.

이 공급망은 그간 우리가 원전을 표준화하고 다수의 원전을 반복 건설하면서 키워온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공급망이 부실화돼 원전 건설 기간과 비용이 계획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경제성을 상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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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탈원전에 무너진 '100년 공급망'
최강국 비전 보여줘야 복구 가능
신한울 3·4호기 속히 추진하고
한미 원전동맹 통해 역량 키워야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서울경제]

원자력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려면 콘크리트 6000㎥, 철강 6만 톤, 단조품 4000톤, 펌프 200여 개, 밸브 5000여 개, 배관 200여 ㎞ 이상, 케이블 2000여 ㎞, 용접 5만 군데 이상이 필요하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완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원자력 공급망이 튼튼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한 공급망이 튼튼해야 원전의 안전 운영도 가능하다. 고품질의 부품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한다면 건설도, 안전 운영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원전산업 공급망은 소량의 특화된 제품 생산에 종사하는 업체들이 종으로 잘 정렬된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공급망 덕분에 국내 원전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도 적기에 예산 내에서 건설이 가능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원전 경제성의 근간이고 경쟁력의 원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공급망은 그간 우리가 원전을 표준화하고 다수의 원전을 반복 건설하면서 키워온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공급망이 부실화돼 원전 건설 기간과 비용이 계획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경제성을 상실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가 중지되면서 원자력 분야 공급 업체들의 일감이 끊기고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했다. 기업이 탈원전에 반대하는 태도를 밝힌 것이 알려지자 은행이 바로 대출금 회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은행으로서는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고 탈원전으로 미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한울 3·4호기와 신규 4개 원전이 백지화되면서 줄잡아 30조 원 규모의 시장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니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 원전 산업 협력 업체에 925억 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발주하고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 일감을 추가 발주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위축된 원전 산업에 긴급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규 원전 백지화로 30조 원의 시장이 사라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졌던 공급망을 되살리기에는 아직 너무 부족하다.

산업을 살리려면 하루빨리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착수할 수 있도록 행정 프로세스를 최대한 가속해야 하고 원자력발전을 중용하는 탄소 중립 에너지 계획을 구체화해 신한울 3·4호기 이후 신규 대형 원전 건설 및 소형모듈원전 건설을 포함한 원자력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원전 수출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UAE와 같은 사업을 수주한다면 20조 원 이상의 시장이 새로 생기는 것이니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블록화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와 미국·프랑스가 나눠 가질 서방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한·미 원전 동맹을 통해 시장을 한미가 양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원전은 설계와 건설·운영·폐로에 적어도 100년이 소요된다. 즉 100년 이상 튼튼하게 유지될 공급망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5년간 바보 같은 탈원전으로 100년 원자력 공급망이 무너진 것은 너무나 뼈아픈 손실이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급한 위기를 넘길 재정과 일감 지원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신규 원전 건설을 속히 추진하고 수출을 성사시켜 시장을 열고 미래를 보여줘야 공급망이 제대로 살아난다. 수백조 원의 신규 원전 시장이 열릴 때 비로소 100년 공급망이 본격 회생할 것이다. 오늘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미래 비전은 더 중요하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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