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 버는 이유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 팀장 2022. 6.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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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 팀장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고 말썽을 피울 때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이다. 지금 MZ 세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50대 이상의 가장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이런 말을 해 봤을 법하다.

정말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할까? 이 말의 뜻은 직장 생활하면서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렵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 있더라도 참고 일하는 것이 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뜻이다.

우리네 부모들이 대부분 직장 생활의 힘듦을 이 핑계로 버티는 듯하다. 왜 아니겠는가? 지금이야 주 52시간으로 노동법이 강화가 돼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 가며 일을 한다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지를 못했다.

아니 아직도 중소기업이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적은 인원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정해지 시간에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경우 야근이나 휴일 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경우 혼자였으면 벌써 그만뒀을 텐데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으니 힘들고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참고 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힘들게 일하는 것에 대해 가족을 위해서라고 자기 위안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들다. 같은 밥상에 앉아 식사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가족들이 많다. 아이들이 일찍 학교 가느라 아침 식사를 같이하지 못하고, 저녁에는 아버지의 야근과 아이들의 학원 가는 시간 때문에 그렇게 같이하지 못한다.

휴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들은 휴일 근무를 해야 하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그동안 쌓인 피로를 핑계로 늦잠을 자기 일쑤다. 아이들도 부모님들과의 식사 자리를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 밥상에서 이뤄지는 대화 내용이 뻔하기 때문이다. 공부 열심히 해라. 친구 잘 사궈라. 아이들이 지금 어떤 고민이 있는지 학교생활은 어떤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하기 보다는 혼자 있거나 대화가 통하는 친구들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부모들은 말한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바로 너희들 편하게 공부하라고 이렇게 일하고 있으니 휴일 늦잠 자는 것 좀 이해를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이것이 진정 가족들을 위하는 일일까?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우리 부모들이 여가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던 핑계들이 지금도 똑같이 대물림되는 느낌이다. 유럽 선진국 어느 나라는 야근이 없다고 한다. 혹시라도 돈을 더 줄 테니 야근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면 직원이 당당히 이야기한다고 한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데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습니다."

과연 어느 것이 정말 가족을 위하는 것일까?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참고 돈 버는 것에 집중하는 우리나라의 부모.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유럽 선진국의 부모. 방법은 다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둘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아이가 누구와 친한지,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고민이 어떤 것인지 들어주고 상담해 줄 수 있는 친구같은 부모. 금전적으로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마음만은 풍족한 가정 또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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