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칭찬과 아부의 자율검증

정재근 대전세종연구원장 2022. 6.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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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으로 행복하고 활기찬 사회 만들기
정재근 대전세종연구원장

2007년 충남도에서 기조실장으로 일할 때이다.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가는데 휴대전화가 떨렸다. "정. 정말/ 재. 재근씨는 / 근. 근사한 남자예요. 생일 축하해요." 그날 이후 나는 진짜 근사한 사람이 되었다. 통상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가정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일에 매서운 우리 실장이 아내에게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아마 당시의 공직문화에서는 특이하게 보였던 것 같다. '일도 잘 하고 가정도 지키는 모범적인 사나이'는 아내가 나에게 만들어 준 브랜드이면서 가장 큰 칭찬이었다. 세상이 힘들 때마다 이 사랑과 칭찬을 되새기며 버텼다. 가끔 특강을 할 때면 이 삼행시를 소개하곤 한다.

2012년 행안부 기조실장으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후배가 정재근으로 삼행시를 짓겠으니 운을 띄워 달라고 했다. "정. 정말 / 재. 재미있게 / 근. 근무하고 있습니다. 실장님 덕분에." 어찌 이리도 기막히게 상사를 칭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상사를 칭찬하면 마치 아부하는 것 같아서 칭찬하고 싶어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기실 상사는 부하의 칭찬을 먹고 산다. 상사란 그가 한 말이나 행동을 부하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늘 귀를 쫑긋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칭찬은 상사로 하여금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 온 힘을 바치게 만든다.

아부로 보일까 두려워 칭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아부를 구별해보자. "상사는 기분이 좋지만, 나는 기분이 더러우면 그것은 아부다. 상사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으면 그것은 칭찬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상사도 기분이 좋고 나도 기분이 좋은 것은 꽤 많을 것 같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 않고, 과대포장하지 않으면서도 딱 알맞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사의 수고나 성과를 인정하는 말은 상사와 나를 모두 즐겁게 한다. 상사를 칭찬하는 사람, 그래서 조직을 위해 리더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부하가 아니라 리더이다.

칭찬과 아부의 구분법을 실천해보는 일은 '칭찬의 자율검증 과정'이다. 칭찬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한 번쯤 헤아리면서 말을 할 것이니, 사실에 없는 말을 하거나 침소봉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칭찬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기분이 좋으면서 이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농담으로 "이 말을 하는 그대는 지금 기분이 좋으십니까?"라고 물으며 함께 껄껄거릴 수도 있다. 이런 칭찬의 자율검증 과정을 통해 칭찬은 늘어나고 아부는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 칭찬과 아부를 쉽게 정의하기 위해 상사와 부하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조직적 위계를 갖추지 않는 관계에서도 칭찬은 꼭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에는 '칭찬의 자율검증 과정'을 엄격히 거칠 필요는 없다. 대신'전기작가가 되지 말라'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

예컨대, 동료, 고향 친구, 배우자처럼 서로 잘 아는 사람을 칭찬하려면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해야 한다. 서로를 잘 알기에 칭찬하려면 단점이 장점을 가린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전기작가가 아닌 이상 지금 이 순간 장점만을 보면서 칭찬하면 된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행복하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욕구라고 하면 욕구의 충족이 행복의 1차 조건이다. 사람의 욕구 중 애정과 소속의 욕구와 존경의 욕구는 일찍이 매슬로(Abraham Maslow)가 '인간욕구 5단계론'에서 제3단계와 4단계에 위치시킨 중요한 욕구이다. 특히, 인간욕구의 최상위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조차도 자기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 즉 자긍심을 갖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칭찬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행복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직장에서는 '칭찬과 아부의 자율검증 과정'을 통해, 직장 밖에서는 '전기작가가 되지 말라'는 원칙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칭찬이 흘러넘쳐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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