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어려운 정신장애인.."64%는 퇴원준비 상담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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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요양시설에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 상당수가 자립에 대비한 도움을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작년 10∼12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에 입원·입소 중인 정신장애인 100명을 설문 조사한 '선진 사례를 통해 본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27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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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의료·요양시설에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 상당수가 자립에 대비한 도움을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작년 10∼12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에 입원·입소 중인 정신장애인 100명을 설문 조사한 '선진 사례를 통해 본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27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는 퇴원 이후 계획에 대한 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신의료기관 이용자 중에서는 70%, 정신요양시설 이용자 가운데서는 58%가 이같이 답했다.
상담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워서'(28.13%)가 가장 많이 꼽혔다. '새로운 환경이 두려워서'(15.63%),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어서'(10.94%), '거주할 곳이 없어서'(10.94%)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관련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정신장애인 중에서도 77%는 퇴원한 뒤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욕구와 맞지 않아서'(36.36%)가 가장 높았고, 상담을 받고도 정신재활시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몰라서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19.48%에 달했다.
그 밖에 11.7%는 '이용 가능한 시설이 없어서', 6.49%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5.19%는 '서비스 이용이 부담돼서', 3.9%는 '거리가 멀어서'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이란 입원 없이 각종 훈련과 생활 지도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인데, 퇴원 이후 계획을 상담받은 정신장애인들의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인권위는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정신장애인이 이른 시일 내에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치료와 재활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인식이 거의 없어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대부분이 회복 중심의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입원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변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이 퇴원하려면 증상 관리·취업·주거 등 당사자가 홀로 정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은 만큼 상세한 퇴원 계획 상담을 의무화하고,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욕구에 맞는 지역사회 시설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 책임연구원을 맡은 강상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과 호주는 정신장애인의 입원을 최소화하고, 입원 중에도 당사자 중심의 개별적 퇴원 계획 상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서비스와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적어서 제대로 된 상담을 제공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ewsje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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