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쌀값 안정대책은 정확한 진단부터

2022. 6. 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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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당 4만5534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의 5만5938원보다 1만404원(18.6%) 하락했다.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는데 쌀값만 하락해 소외감이 큰 실정이다.

2017년 이후에도 쌀값 안정을 위해 재고쌀 100만t을 사료용으로 처분했는데 이런 조치는 쌀값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근본적으로 쌀값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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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당 4만5534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의 5만5938원보다 1만404원(18.6%) 하락했다. 높은 물가상승에도 주식인 쌀이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는데 쌀값만 하락해 소외감이 큰 실정이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근본적 처방이 가능하다. 쌀값 하락 원인은 소비는 감소하는데 생산은 늘고 수입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85년 128㎏에서 2021년에는 57㎏으로 감소했다. 우리는 또한 쌀 관세화를 20년간 미룬 대가로 매년 외국산 쌀 40만8700t을 수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쌀값을 지지하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다른 작물보다 벼농사가 유리해 농민들은 벼 재배면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우선 쌀 소득이 다른 작물보다 훨씬 높다. 2020년 1㏊당 쌀 소득은 732만원으로 콩(512만원)의 1.4배, 밀(59만원)의 12.4배 크다. 자가노동 투입 시간은 1㏊당 쌀 87시간, 콩 151시간, 밀 34시간이다. 이를 시간당 소득으로 환산하면 쌀은 1시간당 8만4000원 수준인데 콩은 3만4000원, 밀은 1만7000원에 불과하다.

또한 벼농사는 대부분 기계화하고 농작업 대행이 활발해 고령농이나 도시농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차관 재직 시절 고령농의 쌀직불금 수령 인원을 조사한 결과 80세 이상이 전체의 11%인 8만5000명, 100세 이상도 20여명에 달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쌀농사의 시간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쌀 재배 감축 노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쌀값 안정을 위해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이 효과를 내려면 논에 콩이나 밀을 재배해 쌀과 동일한 소득을 내야 한다. 밀 재배(자가노동 34시간)로 쌀만큼 시간당 소득을 내려면 밀 소득이 1㏊당 286만원(34시간×8만4000원)은 돼야 하는데 밀 소득은 59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밀 수매가격을 높이거나 직불금으로 227만원을 추가로 지급해 소득을 보장해야만 농민들은 쌀 대신 밀을 재배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밀에 지급하는 이모작 직불금의 단가는 1㏊당 50만원에 불과하다.

쌀 생산을 줄여 가격을 안정하는 방법으로 친환경 저탄소 농법을 확산하는 것이 있다. 관행농법에 비해 벼 유기농업의 생산량은 84%, 무농약농업은 89% 수준까지 단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년 1100만t 수준으로 수입하는 사료용 곡물을 쌀로 대체해 새로운 소비처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 보유미가 적정 재고량보다 2∼3배 늘어나자 2016년 최초로 쌀 10만t을 사료용으로 특별처분했다. 2017년 이후에도 쌀값 안정을 위해 재고쌀 100만t을 사료용으로 처분했는데 이런 조치는 쌀값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사료용 공급가격은 공급원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많은 정부 재정이 소요되고 가공용 가격 등과 형평성 시비가 있었다. 특단의 조치로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쌀값 하락은 시장격리 정책만으로는 가격 지지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쌀값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행히 새 정부는 공익직불금을 5조원으로 2배 확대할 것을 공약했다. 늘어나는 직불금을 벼 재배면적과 쌀 생산량을 줄일 수 있는 밀·콩 등 쌀 대체 작목이나 친환경 저탄소 농법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생산량 감축 없는 격리 정책은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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