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 소소한 일상부터 선거까지.."열려라, 더 나은 세상"

이문수 2022. 6. 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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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방송 ‘라디오금천’
서울 금천구 독산동 지역 언론단체
2016년 주민 3명 참여 자발적 결성
우시장 갈등 다뤄 견해차 해소 성과
수어방송 제작도…마을변화 이끌어
 

‘라디오금천’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영상 ‘허은숙의 골목 이야기’의 촬영 현장. 김진숙 총괄PD가 진행자 허은숙씨(오른쪽)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동네 명소를 주민과 공유하고 싶거나, 거주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싶다면? 그럼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마을미디어 문을 두드려보자. 이웃과 소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다채롭고 보람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라디오 격인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다양한 유튜브 방송으로 활발하게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마을미디어 ‘라디오금천’ 촬영 현장을 찾았다.

◆누구나 참여하는 열린 방송=“여러분! 오늘은 금천구 골목 이야기는 물론,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함께 들려드릴까 해요. 제주도 수국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끼게 된답니다.”

21일 11시 정각 서울 금천구 독산동 마을미디어 ‘라디오금천’의 스튜디오. 묘한 적막감으로 공기마저 무거웠고 숨소리 내기에도 조심스러웠다. 이곳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방송 ‘허은숙의 골목 이야기’가 막 녹화되기 시작할 때였다.

라디오금천은 2016년 주민 3명이 모여 만든 자발적인 지역 언론단체다. 서울시 ‘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공모사업에 참여해 방송제작비 일부를 지원받는다. 현재 피디(PD)를 포함한 운영진은 모두 7명이고 여기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독하는 사람은 40명가량이다.

주민과 동네의 소소한 일상을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최근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기간 영상으로 구의원 후보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실시간 개표방송을 내보내 지역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방송제작을 이끈 김진숙 총괄PD(44)는 이런 과정이 조직과 시스템 도약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구의원은 상대적으로 구청장이나 서울시장 선거와 달리 선거운동 기간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데 우리가 유권자와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요 언론사에서 실시간으로 다루기 어려운 구의원·구청장 개표방송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대중에게 ‘풀뿌리 언론’이 왜 필요한지 제대로 알릴 수 있어 뿌듯했고요.”


◆열린 공간, 세상을 바꾸는 밀알=마을미디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기본적인 방송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 예비 방송인이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진행자 허은숙씨(54)도 원래 방송 쪽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국문학과 출신으로 시를 쓰다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유튜브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씨는 “우리 동네 전통시장이나 경치 좋은 명소를 소개하면 때론 1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면서 “영상에 담긴 장소를 방문해보니 실제로 좋았다는 내용의 댓글이 상당히 많이 달린다”고 귀띔했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약하지 않다. 독산동 우시장을 놓고 상인과 주민간 갈등을 다룬 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시장에 생존이 걸린 상인과 시장이 있어 일상에 불편함을 겪는 주민의 주장을 균형감 있게 실어 상호간 견해차를 좁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어방송 제작, 수어로 인사하기 운동도 빛을 발했다. 김 PD는 “청각장애인에게도 양질의 지역소식을 전해보자는 운영진의 뜻이 모여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런 노력 덕택인지 구내 주민자치회의나 구의회·행정복지센터 공식행사 등에서 수어 통역사를 두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적 성장보다 콘텐츠 품질 향상에 집중해야=유튜브를 활용해 주민과 접점을 넓히는 마을미디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김주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기획운영팀장도 이 점을 언급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니 당연히 외면하기 어렵죠. 다만 라디오·팟캐스트·신문·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매체와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유튜브 활용범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봐야 합니다.”

김 팀장은 마을미디어로서 확고히 자리 잡으려면 조회수와 같은 숫자가 아닌 콘텐츠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원뉴스캐스트’를 예로 들었다. 실업계 고등학생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이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한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유튜브에서 통하는 정형화된 콘텐츠 문법을 구사하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청년의 일상을 밀도 있게 그려낸 점이 대중에게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의 마을미디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라디오금천 회원인 김용근씨(42·독산동)는 인간 소외, 관계의 파편화 같은 공동체문제를 해결하는 데 마을미디어가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고등 학생에서부터 어르신까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공동체 현안을 논의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중심적이었던 사람들이 타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연대의 힘을 깨닫게 되거든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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