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면세유값 104% 폭등에도..기름값 대책서 쏙 빠졌다

홍경진 2022. 6. 2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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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유류세 인하폭 확대 가격 더 낮추려 법 개정 추진도
면세유 사용 농민에겐 무의미 부담 대폭 늘어…지원 급선무


사그라들지 않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압력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와 민생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정부 부처는 물론 정치권도 물가안정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특히 기름값이 1리터(ℓ)당 2000원을 훌쩍 넘기자 여야는 앞다퉈 유류세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농업용 면세유 대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아 정부와 정치권 관심이 절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면세유 빠진 정부 대책=정부는 7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30%에서 37%로 확대한다. 물가 부담을 낮추려 현행법상 최대한도를 적용한 결정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정유·주유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유류세 인하 즉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과 직영 주유소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자영 주유소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격을 인하할 수 있게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아예 법을 고쳐 기름값 부담을 더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은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휘발유·경유에 대한 탄력세율 범위를 50%까지 확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22일 대표발의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을)도 17일 탄력세율 조정폭을 70%까지 상향한 개정안을 냈다.

문제는 이같은 유류세 인하 방식이 면세유를 쓰는 농민들에겐 ‘먼 나라’ 정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농업분야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 최대 직격탄을 맞았는데도 면세유가 공급된다는 이유로 다른 대책이 필요 없을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며 “농민 대부분이 코로나19 손실보상에서 제외됐는데 기름값 부담 완화 대상에서도 배제된 꼴이어서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농민 부담 수십만∼수백만원 증가=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농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면세경유는 22일 기준 1ℓ당 1626원으로 지난해 6월 평균 798원보다 103.8%나 올랐다. 같은 기간 과세경유가 1374원에서 2133원으로 55.2% 오른 점을 감안하면 농가가 체감하는 기름값 충격이 두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농가구입가격지수’에서 1분기 영농광열비(2015년 100 기준)는 142.7로 2020년(87.1)과 2021년(108.6)에 견줘 오름세가 컸다. 농가 비용 지출 가운데 기름값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농작업 위탁비는 1분기 103.3으로 전년(103.4)과 차이가 없었지만 모내기 등 주요 농작업이 진행된 2분기엔 다른 수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작업 대부분은 기름이 많이 드는 대형 농기계를 써야 해서다.

현장에선 지난해 661㎡(200평)당 2만5000원 수준이었던 모내기 대행료가 올해 1만원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벼농사 규모가 2㏊만 돼도 모내기 비용이 전년보다 30만원 늘어난다는 얘기다. 특히 벼·조사료 등을 10㏊ 이상 재배하는 대규모 농가들은 연간 면세유 사용량이 수천ℓ에 달해 올해 유류대 부담이 수백만원씩 증가할 것으로 셈하고 있다. 김안석 한국새농민중앙회장은 “비료값·인건비 등 다른 생산비도 그렇지만 올해 면세유값이 많이 올라 농가마다 추가 부담액이 수십만∼수백만원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이라도 서둘러야=지난달 윤석열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어업분야엔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800억원이 책정됐다. 기름값이 기준단가(1ℓ당 1100원)보다 오르면 초과분의 50%를 한시 지원하는 방안이다. 농업계도 유류 바우처 지급 등 면세유값 충격 완화를 위한 대책을 주장했지만 추경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을철 수확기, 겨울철 시설농가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어 유가연동보조금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적극 모색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2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민생경제 위기 대처 5대 긴급대책’이 주목을 끈다. 대책엔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위해 농업용 면세유 상승분의 50%와 물류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인수위는 8∼11월 농업용 면세유 7억6737만ℓ 규모에 대해 예비비 46억원 등 141억9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은 “면세유값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지자체 차원의 보조사업 확대를 전면적으로 검토할 만하다”며 “올해 비료값 인상분의 80%를 정부·지자체·농협이 분담한 방식을 끌어와 농가 면세유값 부담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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