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식량위기와 음식물 쓰레기

2022. 6. 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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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두편 보게 됐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뭐 얼마나 버리겠나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화면을 통해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도시의 쓰레기는 늦은 밤 조용히 처리돼 금세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지만, 그 모든 비용은 숫자로 남아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통과정 중의 먹거리 외에도 영화에서 언급되는 거대한 음식물 쓰레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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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두편 보게 됐다. 하나는 KBS 다큐멘터리 ‘먹다 버릴 지구는 없다’였고, 또 하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유튜브에서 보게 된 ‘그냥 먹자’였다. 두 영화 모두 너무 멀쩡한 먹거리들이 버려지는 현실을 보여줬다. 영업이 끝난 대형마트의 쓰레기통을 열자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먹거리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가득 들어 있었다. 비슷한 이유에서 빵이나 가공식품들도 많이 버려져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뭐 얼마나 버리겠나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화면을 통해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두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는 비슷하다. 산업화한 유통시스템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거대한 양의 멀쩡한 먹거리들이 버려진다. 조금 시들거나 멍든 것뿐 아니라 라벨 내용이 잘못 찍힌 것도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버려진다.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할인판매조차 시도하지 않고 그냥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포장지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판매되지 않는 먹거리로 인해 지불되는 비용은 더욱 크리라. 도시의 쓰레기는 늦은 밤 조용히 처리돼 금세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지만, 그 모든 비용은 숫자로 남아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통과정 중의 먹거리 외에도 영화에서 언급되는 거대한 음식물 쓰레기가 있다. 바로 농장에서 출하 전에 버려지는 농산물들이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 생산단계에서 폐기된다. 조금 멍이 들거나 완벽하게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지는 사과와 복숭아·자두 같은 과일들. 조금 덜 구부러졌거나 더 구부러져서 외면받는 바나나. 가운데 아삭한 부분만 먹기 때문에 당연한 듯 잘라내는 샐러리 잎과 겉의 줄기 등. 멀쩡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유통업체 매대에 올라갈 수 있는 완벽한 농산물의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일까. 그리고 완벽하지 않다고 폐기되는 수많은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는 인지하고 있을까. 먹을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있고 동시에 그것을 키우기 위해 들어간 물과 영양분, 노동력과 에너지도 다 함께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도대체 그 비용은 얼마이며 누가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먹거리에 음식점에서 소비자가 먹다 남기는 잔반, 소비자의 집 냉장고에서 망가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먹거리들까지 더한다면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유엔환경계획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세계 음식 생산량의 17%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부족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올해 밀 주산지에서 일어난 전쟁과 기후위기로 전세계 곡물시장이 출렁이는 이때, 우리의 시스템 안에서 조용히 폐기되는 수많은 음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하다면, 멀쩡한 것들이 버려지고 있는 생산과 분배, 먹거리 유통의 시스템부터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에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만한 지성과 기술이 있지 않은가.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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