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김현준 '내 인생은 나의 것',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반항 표현

2022. 6. 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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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가 개봉했다.

영화는 콘서트 날 사라진 가수 윤시내를 찾는 모창가수 연시내·운시내·가시내가 만나 진정한 자신을 찾는 내용이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 자녀는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주세요. 나의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라며 노래로 답하는 것이 유행했다.

1983년 노래로 행운을 얻은 윤시내가 39년이 지나 영화로 다시 행운을 잡았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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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나의 것’을 수록한 김현준 독집.

얼마 전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가 개봉했다. 영화는 콘서트 날 사라진 가수 윤시내를 찾는 모창가수 연시내·운시내·가시내가 만나 진정한 자신을 찾는 내용이다. 윤시내는 1983년 ‘공부합시다’를 발표한 이후 주류 가요계와 멀어졌지만 세월이 흘러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니, 운 좋은 가수라 할 수 있다. 윤시내 하면 뒤이어 떠오르는 인연의 가수가 있다. 바로 김현준(개명 전 김철로 활동)이다.

김현준은 1979년 신성일·이영옥 주연의 영화 ‘순자야 문 열어라’의 주제가를 불렀다. 데뷔했지만 노래 제목에 ‘순자’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절치부심 끝에 1983년 가수 민해경과 함께 ‘내 인생의 나의 것’을 발표했고 이 곡이 인기를 끌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공부만이 살길이며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출세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입시 위주 교육이 이뤄졌고 학생들은 경쟁을 강요받았다. 부작용으로 사교육이 범람하자 정부는 과외금지령을 발표했지만 과외를 받지 않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은 지금까지 부모의 뜻대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나의 뜻대로 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에 대한 반항을 표현한 이 곡은 당시 사회 분위기를 비춰보면 매우 진보적이었다. 자연히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 자녀는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주세요. 나의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라며 노래로 답하는 것이 유행했다.

그러다 노래가 KBS 프로그램 ‘가요톱10’ 4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자 학부모들이 방송국에 노래를 금지하라며 항의전화했다. 결국 KBS는 5주 연속 우승을 목전에 둔 노래를 순위에서 내렸다. 흥미롭게도 바로 다음주 1위곡이 윤시내의 ‘공부합시다’였다. 뒷얘기로 정부가 대학생은 학생운동을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취지로 일부러 그 노래를 1위로 올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현준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1983년 정부의 의뢰를 받아 노래 ‘아, 대한민국’을 민해경과 함께 녹음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민해경이 일본 진출을 하는 바람에 노래를 부를 수 없어 기회는 가수 정수라에게 넘어갔다. 그 노래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생각하면 김현준은 얼마나 통탄했을까.

1983년 노래로 행운을 얻은 윤시내가 39년이 지나 영화로 다시 행운을 잡았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도대체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불현듯 ‘인부지 신부지(人不知 神不知, 사람도 모르고 귀신도 모른다)’란 말이 떠오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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