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쥐꼬리 수익률 벗어날까

윤진호 기자 2022. 6. 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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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 적립금 중 255조가 원리금 보장형, 1%대 수익률 그쳐
미국·호주 등 연금 선진국은 디폴트옵션제로 年 7~8% 수익
은퇴시기 맞춰 주식·채권 조절 '타깃데이트펀드' 주목해볼만

매달 월급의 일정 금액을 적립해 쌓아 놓는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발판이다. 그동안 많은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수익률보다는 안정적으로 원금을 사수하는 데 방점을 뒀다. 그렇다 보니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연 1~2%의 낮은 수익률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7월 12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제도가 ‘안정성’과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은 295조6000억원이 적립됐다. 적립 규모는 1년 전(255조5000억원)보다 15.7% 늘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8년 이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퇴직연금으로 노후 준비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데다 금융사들도 치열하게 유치 경쟁에 나선 영향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韓 퇴직연금 수익률 1%…美 8%

문제는 수익률이다. 작년 말 전체 적립금 295조6000억원 중 대부분(255조4000억원·86.4%)이 원리금 보장형 금융상품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1.96%에 불과했다. 다만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운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덕분에 지난해 수익률은 연 2%를 기록했지만, 작년 명목 임금상승률(4.6%)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제도 유형별로는 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 171조5000억원(58%), 근로자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에 77조6000억원(26.2%), 개인형퇴직연금(IRP)에 46조5000억원(15.7%)이 적립돼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12일부터 DC형과 IRP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도록 한 제도다. 가입자 지시 없이 총 4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하고, 통지 이후에도 2주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수백조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이나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은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이 원리금 보장형에 편중되는 것을 방지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호주의 경우 최근 5년 평균수익률이 7%대”라고 밝혔다. 2006년 연금보호법 제정으로 디폴트옵션이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DC형 퇴직연금인 401k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8%에 달한다.

◇연령대별 맞춤형 TDF 투자 대상 1순위

디폴트옵션의 경우 처음 한 번은 가입자가 상품을 지정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대상 상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TDF(타깃데이트펀드), MMF(머니마켓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다. 그 동안 위험자산 비중을 70%로 묶어놓다 보니 30%는 무조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디폴트옵션 상품만으로 계좌 운용이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주식형 펀드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RP형은 가입자가 자유롭게 디폴트옵션을 지정할 수 있지만, DC형은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거친 상품 중 노사가 합의한 상품으로 구성된다.

여러 상품 중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TDF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주식과 채권 투자 비율을 가입자의 연령대에 맞춰 조절해주는 펀드다. 예컨대 나이가 들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채권 비율을 늘리는 식이다. 수익률과 함께 안정성도 높일 수 있어 퇴직연금 투자 대상 1순위로 뽑힌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을 한 달 앞둔 이달 국내 주요 자산운용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TDF 시장 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조5578억원으로 43.8%를 차지하고 있다. TDF와 ETF(상장지수펀드)를 접목시킨 상품들도 속속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키움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은 이달 30일 총 10종의 TDF ETF(상장지수펀드)를 선보인다.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TDF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수년간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에 비해 TDF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투자 성과를 내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투자 편의성이 높은 ETF나 국내 펀드에 비해 장기 수익률이 양호한 글로벌 펀드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 (사전지정운용제도)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자산 배분)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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