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기록물 제도, 정권 過誤 은폐 수단 될 수 없게 손봐야

조선일보 입력 2022. 6. 2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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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5월 25일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서류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행정안전부가 청와대가 각 부처에 보낸 지침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북한군 피살·소각 사건에 대해 당시 청와대가 국방부와 군,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에 보낸 공문을 모두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지침이 공개돼도 당시 청와대 기록이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내용은 30년까지도 열람이 제한되는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묶여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 문재인 청와대는 작년 11월 행정법원이 “정부는 유족들에게 군사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했고 관련 자료를 모두 대통령 지정 기록물에 포함시켰다. 유족들은 최근 대통령 기록관을 찾아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법 규정에 따라 청구에 따를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기록물의 목록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 제도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은 “실록 편찬이라는 우수한 기록 문화 전통을 현대 제도로 계승한 역사적 입법”이라고 했다. 대통령 재임 당시 기록을 후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때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문 정권은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자료들을 기록물로 지정해 진상 규명을 막고 있다.

법에도 허점이 상당하다. 기록물의 열람 거부 요건 중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 기록물’, ‘공개될 경우 국민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등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보좌 기관 등 사이에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 애매한 요건도 많아 정권이 치부를 감출 구실이 될 수 있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또는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를 통한 열람도 가능하지만 현실화되기 어려운 방안들이다.

기록물 제도가 입법 취지에 맞게 기능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국가 운영에 대한 진짜 기밀 사항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공개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해당 자료의 기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정권이 아닌 독립적인 3자에게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 퇴임 시부터 적용 시점으로 하면 거대 야당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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