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후 2년 만에 제대로 모신 '6·25 영웅' 백선엽 장군

조선일보 입력 2022. 6. 2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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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72주년 기념식과 백선엽 장군 서거 2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

2년 전 영면한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을 기리는 추모식이 25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국가원로회의와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엔 좌석 300개가 마련됐지만 800여 명이 참석했다. 작년 행사보다 3배가량 많았다. 여당 대표를 비롯한 정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군에서도 처음으로 군악대와 의장병을 지원했다. 정부와 군의 무관심 속에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치렀던 1년 전 행사와는 사뭇 달랐다.

백 장군은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인 다부동전투에서 8000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명의 공세를 막아내 유엔군이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지 못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다. 겁먹은 병사들이 달아나려 하자 그는 “내가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며 선두에서 독려했고 인천상륙작전 후 미국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했다. 1·4 후퇴 뒤 서울을 최선봉에서 탈환한 것도 그였다.

2년 전 그가 100세로 별세했을 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애도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은 조문도 하지 않았다. ‘친일 몰이’에 여념이 없었던 집권 세력은 그가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에 배치됐다는 이유만으로 ‘친일반역자’로 몰았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전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애도 성명을 냈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외국이 대신했다. 그 부끄러움을 이제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게 됐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들은 전쟁 영웅에게 최고의 예우를 바친다. 지난 22일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6·25 참전 영웅’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의 안장식도 성대하게 거행됐다. 미 공수부대 대위로 6·25 전쟁에 참전해 전투 중 팔과 다리를 잃은 그는 퇴역 후 6·25 전쟁과 참전 군인의 무공을 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97세로 별세한 그의 관이 마차로 묘역에 오자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국가 정상급 예우다. 그의 관에는 미국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군·유엔군 참전 용사와 후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영웅”이라고 했다. 유엔군 참전 용사 5명에게 메달을 줄 때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기리지 않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고 했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정권에 따라 나라 지킨 영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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