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다음 세대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입력 2022. 6.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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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의 소비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손들의 효용까지 포함시켜서 소비와 유산에 대한 의사를 결정한다. 물론 이 유산은 정(正)일 수도 있고 부(負)일 수도 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쌓아 왔다. 에너지 정책이 바뀌더라도, 원자력발전소가 폐로되어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남는다.

미국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지 못해 33개주에서 폐로 또는 운전 정지된 원자력발전소의 부지 내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이 폐기물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부(負)의 유산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은 언젠가 폐로되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초장기 동안 운영된다. 따라서 매우 먼 미래세대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은 우선 현재 쌓인 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원전을 운전하거나, 미래에 발생할 폐기물에 대비하는 것은 차제의 문제다. 폐로 부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 부지를 활용할 수도 없다. 앞으로의 전원 구성과는 무관하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신속하게 처분해야 할 당위성은 크다.

그동안 정부는 제1·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등을 통해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장시간 고민해 도출한 방안들에 따라 다음 세대에 남길 부(負)의 유산을 줄이도록 자본, 노동, 시간, 재정 등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안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침을 강건하게 하도록 정책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이 계획에 맞추어 시행되도록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차질 없이 관리할 때 국민들의 안심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관리시설과 관련해 예상되는 불확실성, 위험 등을 모두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핀란드, 스웨덴 등 해외에서 입증·적용되는 처분기술을 우리나라 여건에 적용했을 때의 안전성도 확인해 제시해야 한다.

물론 그간의 전력 사용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알려야 세대 간 배분을 고려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이 절차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모은 관리시설 조사 후보지의 신청으로 연결되며, 궁극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을 원활하게 한다.

우리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정책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인식해야 이 문제를 세대 간의 관점으로 보게 된다. 이는 정책 실행의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진작에 해결 방안을 준비했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이제라도 직면하는 자세가 마련되고 있어 무엇보다도 다행이다. 다음 세대에 부(負)의 유산을 적게, 그리고 안전하게 남기는 것이 현재 세대의 책무일 것이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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