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52시간제 손보겠다는 윤 정부 제 발등 찍겠다

입력 2022. 6.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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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 52시간제 운영방식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장관의 발표대로 하면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이 52시간(12×4.345)까지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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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 "근로시간 단축" 발언 뒤집어..노사정 논의 등 공론 물어 추진해야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 52시간제 운영방식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확정된 사안”이라며 윤 대통령의 오해에서 비롯된 혼선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이 발표한 방향으로 노동제도 변경이 추진된다는 얘기다. 과로사와 산업재해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기업 편향적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장관의 발표대로 하면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이 52시간(12×4.345)까지 늘어날 수 있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52시간을 합쳐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92시간으로 급증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밝힌 ‘120시간 노동’ 같은 근로시간 유연화 방침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초과로사회’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500시간)를 압도하는 과로 상태다. 이 장관은 이런 실태를 언급하며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고선 자신의 말을 뒤집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몰아서 사용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늘릴 경우, 산재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사업체 특성별 산업재해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07~2017년 주당 노동시간별 산재율 조사에서 주당 52시간 이상 사업체의 산재율이 40시간 미만의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들이 주 단위 근로시간과 함께 하루 동안 일할 수 있는 제한시간을 정해 놓고, 노동일 사이에 11시간의 휴식시간을 준수토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건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재해를 막기 위해서다.

주 52시간제는 2010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정 합의 이후 사회적 논의 끝에 2018년 여야 합의로 입법화했다. 하지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체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전면 시행한 건 지난해 7월로, 아직 1년도 안됐다. 이런 제도를 국민 여론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개악하려 하니 지탄을 면키 어렵다. 이 장관은 노사 합의를 거쳐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4.5%에 불과하다. 노조가 없는 기업은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근로시간을 유연화할 공산이 크다. 노동계가 총궐기 투쟁을 예고한 건 당연한 반응이다. 근로조건의 핵심을 이루는 근로시간 관련 제도를 기업 쪽에 치우쳐 일방적으로 개악하려고 하는데 어찌 반발하지 않겠는가. 이런 중대 문제는 공론을 물어 추진하는 게 옳다.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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