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자유주의와 시장 실패

국제신문 입력 2022. 6.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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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습니다.” 자유가 키워드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 한 구절이다. 한 재벌 CEO는 이 취임사에 대해 SNS에 ‘자유’와 ‘멸공’으로 화답했다. 자유와 멸공이 기이하게 연결되는 이 땅의 자유주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원래 자유주의는 알다시피 유럽이 원산지이며 16~18세기에 걸쳐 르네상스,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을 통해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다. 이 사상은 중세시대가 붕괴하면서 인간 중심의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 즉 근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정립됐다. 이때 시대적 쟁점은 신의 속박에서 벗어난 인간들이 스스로 사회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지였다. 근대의 서막은 절대왕정이 열었다. 신이 부재한 자연 상태에서 이기적 본성을 지닌 개인들의 이기적 행위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전개된다. 이때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결핍과 공포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은 안전과 평화를 대가로 자신들의 권리를 국가에 양도하고(사회계약) 국가 경영자인 절대군주의 지배를 받아들였다. 국가는 주권자로서 다수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중상주의를 통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관리하고 통제했다.

이런 체제에 저항한 중소상인이 주도한 시민혁명의 핵심은 ‘자유’의 획득이었다. 여기서 자유는 사회의 기본단위로서 개인의 자유를 말한다. 즉 특정 개인이 아닌 사회구성원인 모든 개인에게 해당하므로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사회적 자유를 의미한다. 이렇게 자유주의는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절대군주제와 신분제도를 타파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입증했다. 또한 개인이 국가의 주권자로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이것을 통해 국가폭력과 위정자들의 횡포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법과 법으로 국가권력을 명확히 제한하는 법치주의를 정립했다. 이러한 정치적 자유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유도 보장했다. 먼저 개인의 재산을 국가의 침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유재산제도를 정립했다. 또한 중상주의와 같은 국가 개입과 규제를 철폐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했다. 자유주의는 이렇게 근대 자본주의의 기반이 됐다. 국가의 역할은 외침을 막고(안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사법),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역사는 이런 자유주의를 고전적 자유주의 또는 자유방임주의로 기록한다.

19세기 이후 자유방임주의는 경제적 자유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하나는 경제불황이다. 1870년대 최초의 세계적 ‘대불황’과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산업의 독과점화와 제국주의로 나아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초래함으로써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불완전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다른 하나는 농민 노동자 자영업자 등 사회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대중의 빈곤에 따른 경제적 자유의 제한이었다.

이런 시장실패는 경제적 자유 측면에서 새로운 자유주의의 출현을 요구했다.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자유를 유지하면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총수요관리정책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득재분배정책 등 적극적인 정부개입을 주장했다(사회적 자유주의). 이 자유주의는 2차 대전 이후 전례 없는 장기호황을 이끌었지만 한편 정부는 비대해지고 1970년대 석유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실패(정부의 권한 남용, 무능과 부패)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정부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또다시 시장을 대안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도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의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또다시 시장실패를 드러냈다.

서구의 자유주의는 근대 이후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경험하면서 시장과 정부 모두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기구로서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자유시장에 대한 만능주의적 인식이 우려스럽다. 또한 냉전이 무너진 지금도 공산주의의 대척점으로 자유주의를 인식하는 재벌 CEO의 사고방식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시장에 맡기라는 것은 재벌에게 맡기라는 것이고, 정부에 맡기라는 것은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이런 이근식 교수의 지적이 현실화하지 않길 바란다.

유일선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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