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18] 두 개로 쪼개진 미국
거의 50년간 유지되어온 미국의 임신 중단 권리(낙태권) 보장 판례, 즉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5:4로 폐기되었다. 보수적인 낙태 금지론자들(주로 공화당 지지자)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했고 일부 주는 즉시 낙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임신 중단 수술을 금지할 주는 미국의 과반이 넘는 26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임신 중단 옹호론자들은 미국의 역사를 후퇴시켰다고 비난하며 이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맞서겠다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주법으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간 것이다.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며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의회가 연방 차원의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낙태 금지를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헌법에 따른 것이자 오래전에 했어야 할 권리를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환영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임대표도 “헌법과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자축했다.
셰계의 여론도 술렁이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 정상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당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마저 이 판결이 커다란 퇴보라고 비판했지만 바티칸 교황청은 미국의 입장 변화가 세계 각국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홍콩 이민자 출신의 페미니스트 싱어송라이터이자 ‘나는 침묵할 수 없어(I Can’t Keep Quiet)’라는 노래로 유명한 MILCK는 임신 중단 권리를 비롯한 여권의 수호에 평생을 바쳐온 베테랑 아티스트 애니 디프랑코와 두 명의 의식 있는 여성 아티스트들과 입을 모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We Won’t Go Back’)”는 저항의 노래를 기민하게 발표했다. 그리고 JP 모건을 비롯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스타벅스에 이르는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낙태 원정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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