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6·25가 바꿔 놓은 땅이름 '판문점'

엄민용 기자 입력 2022. 6.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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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문점이 위치한 곳에는 6·25전쟁 이전까지 ‘널문리’라는 동네가 있었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란을 가던 선조 임금과 관련이 있던 곳이다. 몽진길에 오른 선조가 임진강에 이르렀을 때 강가에는 강을 건너갈 배가 없었다. 이때 백성들이 자신들 집의 대문을 뜯어와 임금이 강을 건너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이 널문리에서 6·25전쟁 휴전협정이 열리게 된다. 그런데 한자를 쓰는 중공군이 순우리말 ‘널문리’를 이해할 리가 없을 터. 그래서 중공군 측에 “널빤지 문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널문리’를 한자말 판문점(板門店)으로 알려주게 됐고, 이후 줄곧 판문점으로 불리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의 ‘파로호’도 6·25전쟁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인공호수의 본래 이름은 화천호였다. 그러던 것이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는 현판을 내리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깨트릴 ‘파(破)’, 오랑캐 ‘로(虜)’, 큰 못 ‘호(湖)’의 한자말은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를 뜻하는데, 1951년 5월26일부터 28일까지 국군이 이 일대에서 중공군 근 3만명을 물리쳤다.

이러한 파로호 인근에 광덕산이 있고, 이곳에는 ‘카라멜 고개’가 있다. 6·25전쟁 당시 이곳에 주둔하던 한 사단장이 작전 수행차 이 고개를 넘을 때 운전병들이 졸지 않도록 ‘카라멜’을 주도록 지시한 이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참혹한 전쟁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건만,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작명이다. 다만 영어 ‘Caramel’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캐러멜’이다.

6·25전쟁의 격전지 중 ‘철의삼각지’로 불리는 곳도 있다. 북위 38도 북쪽 중부에 있는 김화·철원·평강을 연결하는 삼각지대로, 군사 요지여서 6·25전쟁 때 크고 작은 전투가 숱하게 벌어졌다. 얼마나 유명한 격전지인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철의삼각지’가 표제어로 등재된 사실이 간접 증명한다. 이곳의 ‘김화’를 ‘금화’로 잘못 쓰는 일이 흔하다. ‘김화(金化)’의 ‘金’이 ‘금’으로도 읽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금화’가 아니라 ‘김화’로 올라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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