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기초수급자 밥상 앞에 앉아보시라
7월11일부터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한 이들의 생활지원금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급되는 것으로 조정된다. 기준중위소득 100%는 얼마일까? 1인 가구의 경우 약 194만원, 4인 가구는 512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약 191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1인 가구라면 약간의 추가 근무만으로도 코로나19 생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조차 생활지원금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뒤로하고, 기준중위소득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중위값은 가운뎃값이다.
한국에 100명이 산다고 가정하면 이들을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50번째 사람의 소득이 중위소득이다. 기준중위소득은 중위값을 복지 기준선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한 기준이다. 매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8월1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한다. 올해 기준중위소득은 지난해 7월30일 보건복지부가 결정했다.
그런데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가구소득 중앙값과 복지부가 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은 꽤 차이가 난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득의 중앙값은 254만원, 4인 가구는 636만원이다. 2022년 기준중위소득과 각각 31%, 24%의 격차를 갖는다. 3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현재 기준중위소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제도 수혜 대상 선정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준중위소득 30%가 바로 한 달 생계비이기 때문이다. 즉 낮은 기준중위소득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제도로부터 밀어내는 장벽이다. 수급자가 되더라도 너무 낮은 급여로 살 수밖에 없는 한계를 동시에 만든다.
‘기초법 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간 전국 25개 수급 가구의 가계부를 조사했다. 오는 7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콘퍼런스를 연다. 수급자들의 밥상과 일상을 담은 사진전, ‘이 돈으로 살아보시라’며 복지부 장관에게 수급비를 반납하고 명동성당 앞에서 농성했던 최옥란의 삶과 그간 기초법 개정 운동을 담은 영상 상영회, 수급권자 증언대회와 수급자들의 가계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빈곤문제 해결과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요구하는 수급권자의 목소리다.
얼마 전 대통령이 ‘저녁시간이 많이 비었다’며 기업인들에게 식사를 제안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업인들과만 식사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 와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밥상 앞에 앉아보는 것은 어떤가. 조작된 기준중위소득이 만든 수급자들의 일상이 과연 법에 적힌 대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는 수준인지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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