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대만 침공, 우크라이나 모델 따라가나
해외 전문가들 "대만 침공 위한 법·제도 정비 차원, 미국 개입하지 말라는 뜻"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13일 서명해 발표한 문건 하나가 요즘 해외 전문가들 사이의 화젯거리입니다. ‘군대 비전쟁군사행동 강요(시범시행)’라는 제목의 문건인데요.
느닷없이 발표된데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이 문건이 나온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돕니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문도 중국어로 320자 남짓으로 짧았어요. 신화통신은 “이 강요가 6장 59조로 구성돼 있다”면서 “군부대가 비전쟁군사행동을 수행하는데 법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진핑, 세번째 항모 진수 나흘 전 서명
전문이 나오진 않았지만 ‘비전쟁군사행동’이라는 키워드를 보면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라는 말 대신 ‘특별군사행동’이라는 용어를 썼죠. 중국도 대만 침공 때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비전쟁군사행동’이라는 말을 쓰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비전쟁군사행동은 통상 국제평화유지, 반테러 활동, 마약단속, 계엄, 폭동진압, 재난구호활동 등을 의미하죠.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군대의 비전쟁군사행동에 대한 규범과 법률이 있습니다. 세계 3위 군사대국인 중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비전쟁군사행동을 규범화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이 강요가 나온 시기를 보면 단순히 제도 정비 차원의 일로만 보이지가 않습니다.
시 주석이 이 강요에 서명하고 나흘 뒤 중국은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호 진수식을 가졌죠. 중국 항모의 이름은 통상 중국 각 성(省)의 이름을 따서 만드는데, 푸젠성은 대만을 코앞에 마주 보고 있는 곳입니다. 하나하나의 행보가 모두 대만을 겨냥하는 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특별군사행동’으로 부르고, 중국이 ‘비전쟁군사행동’이라는 용어를 준비하는 이유는 비슷합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내부 분쟁 해결이라는 것이죠. 이를 통해 외부 개입에 반대하는 명분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남중국해 등서도 힘 자랑 거세질 듯
신화통신이 보도한 비전쟁군사행동 강요 제정 목적은 각종 위기와 도전에 대한 효과적 대응, 돌발사건 처리, 인민 군중의 생명·재산 보호,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의 수호, 세계 평화와 동북아 지역 안정 유지, 군사력 운용 방식의 혁신 등이에요.
여기에 군대 본연의 목적인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의 수호라는 대목이 들어간 게 눈에 띕니다. 당연히 대만을 겨냥한 것이겠지만, 적용 범위가 거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와요. 중일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갈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 대해서도 군사 행동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라는 겁니다.
◇‘대만 통일’은 장기집권 명분
중국 내에서는 거의 20년 전부터 비전쟁군사행동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대표적인 강경파 이론가로 꼽히는 뤄위안 소장은 2010년 관영 매체에 “인민해방군의 대외 비전쟁군사행동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주권 수호와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최대한 빨리 비전쟁군사행동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주장에도 중국이 머뭇거린 건 이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파문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중국이 국제 문제 해결에 군사력을 동원하는 등 힘을 적극적으로 투사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제를 한 겁니다.
전임 주석들과 달리 시 주석은 이런 자제력을 잃은 것 같아요. 올해 말 20차 당 대회에서 세 번째 임기 연장을 노리는 시 주석에겐 ‘대만 통일’이 장기 집권의 중요한 명분입니다. 중화 민족의 숙원인 대만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자신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장기집권을 해야 한다는 거죠.
미 국방부에서는 중국이 3~5년 뒤쯤 대만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것으로 봅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전운이 점점 짙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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