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76] 미라보 다리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2022. 6.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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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아폴리네르(G. Apollinaire·1880~1918)

(송재영 옮김)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는 1896년 경 세워진 아치형 다리. 아름다운 다리에서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다 헤어지는 복을 누렸으니 아폴리네르는 행복한 시인. 그의 뮤즈였던 화가 마리 로랑생은 세느강의 이쪽에 살고 그는 강의 저쪽에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둘은 헤어졌고 홀로 미라보 다리를 찾은 시인은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추억에 잠긴다. 강물이 흐르듯 삶은 지나가고 사랑도 지나간다.

시의 후반부에 나오는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를 읽으며 시인이 이 시를 쓴 연대가 궁금해졌다. 중년을 훌쩍 넘긴 내게 삶은 느리지 않고 희망도 강렬하지 않다. 서른두 살에 ‘미라보 다리’를 쓰고 4 년 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당한 아폴리네르는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어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번역시 원문)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만 흐른다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1918)

(송재영 옮김)

Le Pont Mirabeau (시 원문)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é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Apollinaire, Alcools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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