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자국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

이귀전 입력 2022. 6. 2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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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방과 中·러 대립 신냉전시대
피지·인도 등 철저하게 국익 집중
韓 나토 회의 참석 놓고 G2 충돌
다음 수 대비 외교역량 발휘해야

“왕이(王毅) 부장이 5월26일부터 6월4일까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등 남태평양 8개국을 정식 방문해 각국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각국 정부 수반을 예방합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직후인 지난달 24일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남태평양 섬나라 방문 소식을 전했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IPEF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인도, 싱가포르, 베트남 등 13개 국가가 참여했다. 중국이 바다로 나아가려면 거치거나, 길목에 있는 국가 중 주요 국가들은 대부분 포함됐다.

중국은 이 틈을 헤쳐 나갈 ‘약한 고리’로 남태평양 섬나라를 딱 짚었다. IPEF 출범으로 중국 압박에 성공한 미국의 기세를 꺾는 ‘신의 한 수’였다.

지난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 중국은 피지에서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안보·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담은 ‘포괄적 개발 비전’을 채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포위망을 벗어나겠다는 계획은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반대로 불발됐다. 피지가 IPEF에 14번째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다른 섬나라들도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설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에 대해 “우리 생애 중 태평양에서 게임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꾸는 단 하나의 합의”라며 부담을 토로했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 등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한목소리로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집단 대결을 지양하고 독자 제재와 제재 남용에 반대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은 상식과 기본 경제 논리에 반해 국제사회의 이익을 약화하고, 모든 나라 국민의 안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중국과 러시아는 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중·러와 서방 진영 사이에서 균형 잡기에 나섰다.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중국과 러시아 등이 주장한 러시아 제재 반대, 브릭스 차원의 국제결제시스템 도입 등이 ‘베이징 선언’에 포함되는 것에 동조하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테러리스트 지정에 상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오히려 중국을 겨냥했다. 인도가 유엔에서 파키스탄 무장단체 지도자에 대한 국제 테러리스트 지정을 제안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하자 면전에서 항의한 것이다. 인도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일원이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며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철저히 자국 이익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등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 참석을 놓고 미·중이 부딪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나토의 동진을 비판하던 중국 입장에선 대응책을 고심할 것이다.

한국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토 회의 참석에 대해 “(회원국들의) 적을 상정한 집단 방위의 실천과 저희는 상관이 없다”며 “반중·반러 정책으로의 대전환으로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 외교 관계에서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나라는 없다. 언제나 다음 수를 대비해야 한다. 한국이 선택해 나토를 가는데 중국이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에 대해 중국 등이 어떤 대응을 할지 대비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중국과는 한한령(限韓令·한국 제한령)부터 최근 요소수 사태까지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이 많다. 남태평양 섬나라나 인도처럼 자국에 어떤 것이 이익이 되고 해가 될지, 우리에게 무엇이 최선일지를 고민해 선택해야만 한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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