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칼럼] 지쳤다 고백하는 BTS

2022. 6. 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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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빛낸 '우리들의 월드스타'
영향력 만큼 압박·책임감 심해
'방향 잃어" 용기있는 고백에 박수
스스로 풀어주고 다시 도약하라

팬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스타를 통해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의 빛을 발견하는 일이므로. 나는 김호중 팬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생각보다 감정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 생각보다 다양한 감정의 섬세한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가 된다는 것, 스타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일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것은 큰 영향력을 방증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남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이고, 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가 쌓일수록 누구나 들여다보기를 원하는 화려한 집, 그러나 투명 유리로 지어진 집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지 않을까. 문득문득 겁이 나고, 그 겁에 스스로 짓눌리고, 문득문득 외로움 속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은 혹독함은 어쩌면 스타들이 통과해야 할 통과 의례인지도 모른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내놓은 곡마다 기록을 세우며, 1억명이 넘는 ‘찐팬’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그 스타의 무게를 고백했을 때 어떤 이는 안타까워했고, 어떤 이는 울었고, 어떤 이는 이해했다. “가수로 데뷔해서 사회적으로, 세계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그것에 걸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

그들이 왜 대단하지 않겠는가. 노래면 노래, 사회 참여면 참여, 하는 일마다 카메라가 따라다니는데! 최근에도 BTS는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 호소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그 호소에 힘을 붙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슈가가 이렇게 말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울컥했다. 평범한 말이지만, 그 말에 힘을 붙이는 것, 그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역사다.

그런 그들이 방향성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팀을 위해 나를 포기했어야 했다”(뷔)며 행복 뒤에 오는 지침과 힘듦은 셀 수 없었다는 것이다. RM의 말이 정직하다. “우리는 방향성을 잃었고, 지금 멈춰서 생각한 뒤 다시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무례하거나 팬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 지쳤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죄짓는 것 같았다.”

폭발적인 사랑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갚지 않기 위해,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또 얼마나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다그쳐야 했겠는가. 무엇보다도 요즘 같은 개인주의 시대에 20대의 젊음이 흩어지지 않고 10여년을 함께 살며, 함께 다닌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타인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일을 ‘공감’이라 믿는 시절을 거치며 세상을 항해한다. 그러나 쭉,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그는 아무리 화려하게 산다고 해도 본질이 ‘하인’이다. 어느 순간 타인의 기대와 요구를 거둬들이며 자기 직관을 따라가야 할 때가 있다. 지치고 고단한 삶 속에서 방향성을 잃었다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의지를 내는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다. 그 시간은 스스로의 속도로 굴러가는 물살 같은 흐름을 멈춰 세우고, ‘나’만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치고 고단한 마음의 상태를 인정하는 그 마음이 부끄러운 것일 리 없다. 그 마음을 스스로 꾸짖거나 그 마음에서 도망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야말로 스스로 자기만의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풀어주어야 하는 시간이다. 오로지 ‘나’의 책임인 내 삶은 누군가에게 승인받을 필요가 없는 고유한 것임을 충분히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말이다.

BTS라는 엄청난 페르소나를 벗고 민낯을 보여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love yourself 너 자신을 사랑하라’를 불렀던 가수답다. 거기서 내가 좋아했던 가사를 돌려주고 싶다. “내 실수로 생긴 실수까지 다 내 별자린데.”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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