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타석 무안타 끊은 김헌곤 "야구, 참 어렵네요"
"동료·가족들 응원 덕분에 버텨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뛸 것"
지난 2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경기에서는 한 타자의 배트에 모든 이의 시선이 쏠렸다. 양 팀이 1-1로 맞선 2회초 무사 1루에서 삼성 9번 타자 김헌곤(34·사진)이 타석에 나섰다. 김헌곤은 한화 김민우의 2구째 시속 140㎞짜리 직구를 향해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1, 2루수 사이를 지나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기나긴 무안타 침묵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 안타를 치기 전까지 김헌곤은 지난 5월28일 LG전 이후 43타석 동안 안타를 날리지 못했다.
이 부문 최장 기록은 염경엽 전 SK(현 SSG) 감독이 1995년 9월5일 쌍방울전부터 1997년 8월23일 해태전까지 2년에 걸쳐 남긴 51타석 연속 무안타였다. 하마터면 불명예스러운 기록에 더욱 쫓길 뻔했던 김헌곤은 자신이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민우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헌곤은 이날 경기 전까지 김민우를 상대로 17타수 9안타, 타율 0.529로 강했다.
김헌곤의 침묵이 끝나자 삼성의 타선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2회에는 비록 무득점에 그쳤지만 3회에는 이해승의 우전 적시타, 김헌곤의 3루 땅볼 등으로 2점을 더 뽑아냈고 5-2로 승리하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팀 전체적으로 무겁게 깔린 분위기를 김헌곤의 안타 하나가 살렸다.
경기 후 김헌곤은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야구하면서 이렇게까지 야구가 어려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제주관광고, 영남대를 졸업하고 2011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헌곤은 2014년 76경기에 출전하는 등 그해부터 1군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헌곤은 평소 성실한 훈련 태도로도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숙소에서도 혼자 배트를 휘두르는 등 지독한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동료들의 평가도 좋아서 올시즌에는 박해민(LG)이 FA로 떠난 뒤 남겨진 주장 완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타격 부진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4월까지 17경기에서 타율 0.145에 그쳤다. 5월에는 0.247로 제 궤도에 진입하는 듯했으나 5월 말부터 이어진 지독한 부진이 그를 힘들게 했다. 그의 평소 노력을 잘 알기에 동료들도 진심어린 응원을 했다. 김헌곤은 “나뿐만 아니라 팀 동료,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안 좋을 때마다 따뜻한 응원 덕분에 조금은 덜 힘들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헌곤은 “오늘 안타가 나왔지만 반전이 나온 게 아니다. 크게 의식하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기다리던 안타가 나왔지만 안심하지 않았다. 그는 “팀 연패를 끊는 데 도움이 되어서 기쁘고 개인적으로는 긴 부진에서 조금 빠져나온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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