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 대신 폐기물 수거" 살림 잘한 구청장의 마지막 업무

윤희일 선임기자 입력 2022. 6. 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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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일한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재정건전화 '초심' 지키고 싶어"

지난 24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산성동.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65)이 중구 소속 환경관리요원 6명과 함께 폐기물 수거 작업에 나섰다(사진). 박 구청장은 이날 오후 내내 소파·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직접 들어 수거차량에 싣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게 마지막 업무입니다. 퇴임식은 직원들을 번거롭게 한다고 생각해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형 폐기물 수거 작업이 퇴임식이 된 셈이죠.”

박 구청장은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12년간 구청장 자리를 지켰다. 그가 폐기물 수거 작업을 마지막 업무로 정한 데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처음 구청장 자리에 오를 때의 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고 구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폐기물 수거를 마지막 업무로 선정했어요.”

2010년 박 구청장이 취임할 당시 중구의 재정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박 구청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건전화 노력을 기울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형 폐기물 처리 업무를 구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었다. 박 구청장은 “대형 폐기물 처리 업무를 구가 직접 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기로 한 것”이라며 “구 소속인 환경관리요원들에게 직접 수거를 부탁하면서 나도 매월 1차례씩 대형 폐기물 수거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의 대형 쓰레기 수거작업은 10년 동안 이어졌다. 대형 폐기물 처리에도 ‘도사’가 됐다. 그는 “가구의 경우 몇번의 간단한 동작으로 문짝이나 뒤판을 떼어내서 부피를 줄이는 노하우 등을 익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폐기물 수거 현장에서 10년 동안 일을 하면서 함께한 환경관리요원이나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로부터 생생한 민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행정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박 구청장은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전산업대(현 한밭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밭대 창업경영대학원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전시의원을 거쳐 2010년부터 12년 동안 구청장 일을 해왔다.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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