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설립자' 최명재 이사장 별세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를 설립한 최명재 이사장이 26일 오전 5시20분 별세했다. 향년 95세.
1927년 전북 만경면 화포리에서 태어난 고인은 만경보통학교, 전주북중을 거쳐 경성경제문학교(현 서울대 경영대학)를 졸업했다. 이후 상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택시 운전사로 전직했다. 1960년대에는 성진운수를 세웠고, 1970년대에는 이란에 진출해 유럽과 중동을 오가는 물류운송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물류운송업으로 번 자금으로 1987년 낙농업에 도전해 강원도 횡성에 파스퇴르유업을 창립했다. 국내 최초로 저온살균 우유를 도입했고,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군에 우유를 납품하면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고인은 1936년 전답을 팔아 사립 보통학교를 세운 부친 최현묵씨로부터 사학 건립의 꿈을 물려받아 학교 설립에 나섰다. 1996년 파스퇴르유업 공장 옆 127만2727㎡ 부지에 민족주체성 교육을 표방하는 민사고를 개교했다.
‘교육은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교육받은 이는 우리 미래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 고인의 교육철학이다. 그는 생전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얼을 지니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민사고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에게 ‘조국과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고, 출세가 아니라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파스퇴르를 경영하면서 얻은 수익금 대부분을 민사고 설립과 운영에 쏟아부었다. 투자금은 1000억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개교 3년째인 1998년 외환위기로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교사들이 급여를 받지 않고, 학부모들이 자진해 기숙사비를 내 교육을 이어갔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는 고인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민족주체성 교육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장남인 최경종 민사고 행정실장 등 2남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6시20분이다. 장지는 민사고가 자리 잡은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 일대다. 28일 오전 9시 민사고 체육관에서 학교장 영결식이 치러진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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