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대..2008 금융위기 재현되나
1300원 비이성적 수준 아니다"
'즉각적 위기설'에는 부정적
"계속될 땐 경제 악화" 전망도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서면서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단순히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을 경제위기의 징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 어떤 해석이 타당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에 대해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어 (우리만의) 위기 징후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쏠림현상이 심해지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등 세 차례다.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1300원대로는 좀처럼 올라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긴축에 따른 수급적 요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2009년 경제위기 때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09년에는 달러인덱스가 80대 중반이었으나 현재는 100대 중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1300원은 그리 비이성적인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8.5%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8.4% 하락했다. 엔화 등 다른 나라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만큼만 원화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특별히 한국 경제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최근 한국 국채(외평채 5년물 기준)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낮은 것도 다른 점으로 꼽힌다. CDS 스프레드는 채권을 발행하는 측에서 부도가 날 것에 대비해 지불하는 보험 수수료다. 수치가 높을수록 부도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국채 CDS 스프레드는 0.04%포인트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올랐을 때 3.0%포인트 이상에서 움직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용위험을 대변하는 CDS 스프레드와 원·달러 환율 수준을 비교해보면 CDS 스프레드 대비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며 “1300원을 넘어섰다고 당연히 위기 국면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한국이 순채권국으로 바뀌어 환율 급등 시에도 일방적으로 위기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통화당국은 보고 있다.
기업의 해외 투자,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등 민간 영역에서 투자한 달러가 많아 위기 시에는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도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강달러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약화시켜 결국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 세계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화 약세라도 수출 증가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반면 원자재 수입 부담은 커져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수물가를 계속 자극해 내수시장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의 한국 국채 투자가 최근 급증한 것도 강달러 시대에는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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