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된다는데.." 포스코 성폭력 보도 사전유출 의혹

김예리 기자 입력 2022. 6. 26. 20: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카톡 내용 입수, "MBC 기자에 니가 연락한건지"
포항MBC, 내부 감사 진행…포스코에 항의 공문 발송
민주언론노조 "유출로 2차가해·보도개입" 비판
포스코 "보도 보고 알아, 당사자에 사실관계 확인중"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성폭력 사건 보도를 이어가는 포항MBC에서 기사가 포스코 측에 사전 유출된 정황이 발견돼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 직원은 유출이 의심되는 정보로 피해자에게 기사 수정을 요구하도록 지시해, 포항MBC는 포스코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포항MBC 민주언론노동조합과 포항MBC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부서에서 부서장이 지난 20일 피해 직원에게 당일 보도 예정인 포항MBC 기사 제목에 대해 언급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미디어오늘이 26일 입수한 해당 부서장과 피해자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내용에 따르면, 해당 부서장은 이날 뉴스데스크가 방송하기 1시간여 앞서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방금 들었는데 MBC 8시 뉴스에 '포스코 직장상사 4명이 20대 여직원 집당 성폭행' 제목으로 보도될 것 같다고 하네”며 “본인만 수정이 가능하다고 하네. 제목을 사실에 맞게 수정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날 포항MBC와 서울MBC는 “포스코 직장 상사 4명이 20대 여직원 성폭력”이란 제목으로 해당 사건을 첫 보도했다.

▲포스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피해자에게 지난 20일 포스코 부서장이 보낸 메시지.사진=피해직원 A씨 제공

포항MBC 민주언론노조와 포항MBC는 이를 보도 유출이자 포스코 측의 보도 개입이라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민주언론노조는 23일 포항MBC에 감사를 요청했다.

민주언론노조는 감사 요청 공문에서 “(제목 수정 지시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하며 더 심각한 문제는 포스코가 기사와 관련된 내부 정보를 미리 알게 됐다는 것”이라며 “(유출자는)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취재 내용을 기업에 유출해 심각한 경언 유착 행위를 자행했다. 내부 감사로 이 사태를 엄중 처리해 달라”고 밝혔다. 사건을 보도한 박성아 포항MBC 기자는 “피해자가 해당 메시지에 압박감과 함께 2차 가해라고 느꼈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포항MBC는 내부 감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포스코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최동렬 포항MBC 보도제작국장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본다. 특히나 포스코 측에서 기사 타이틀 변경을 시도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심각한 사안”이라며 “현재 어느 단계에서 유출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스템 접근 로그 기록 등으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MBC 노사에 따르면 MBC의 기사 송고 시스템은 전국 MBC에 연동돼 있어 포항MBC 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서울본사를 비롯한 모든 지역사 구성원이 확인할 수 있다.

▲20일 포항MBC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포항MBC는 24일 포스코 측에 공문을 보내 “귀사의 한 간부가 해당 뉴스가 보도되기 전 피해자와 접촉해 기사 타이틀 수정을 유도하는 등 당사 뉴스 제작·편집에 개입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한 심각한 사안이다. 포항문화방송은 귀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차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방법을 포함해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에 카톡을 보낸 포스코의 해당 부서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 제목 관련 정보를 얻은 경위를 묻자 “홍보팀에서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포스코 홍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보도를 보고서 알았다. 해당 부서장에게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포항MBC 측의 항의 공문에 대해선 “확인했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포항MBC는 지난 20일부터 포스코 직장 내 성폭력 사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직원 A씨는 같은 부서 내 선임 직원에게 폭행과 유사강간을 당한 뒤 지난 7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자신을 뺀 모든 부원이 남성인 부서에서 수년 간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왔다며 직원 3명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A씨는 포스코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오히려 따돌림과 2차 가해에 시달렸다. 포스코 측은 다른 부서로 이동한 피해자를 석달 만에 복귀시키거나 성폭력 사건 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사택 위아래 층에 지내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 24일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